[기자의 눈] 우리의 소원은 '평화'「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통일은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그 당위성을 의심해서는 안되는 명제다. 지난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만났을 때도 물론이고 이제까지 남북에서 두사람 이상이 만나기만 하면 나오는 단골 메뉴가 바로 통일이다.
그러나 진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까. 통일이 되면 얼마나 살기가 편해질까. 물론 통일은 돼야 한다. 그러나 한민족이 같이 잘살기 위해서는 통일보다는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이 더 시급하다.
서울과 평양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핏줄이면서도 50여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한 분단의 고통이 이산가족을 통해 전세계에 그대로 전해졌다.
이산가족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인 정전체제, 실질적인 준전시체제에서 비롯됐다. 남과북으로 헤어진 혈육이 지금껏 소식은 커녕 만나지도 못하고 가슴에 한을 품은 채 50여년을 지내왔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를 보자. 이들 두나라는 같은 영국계 이민들이 세웠음에도 둘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전혀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평화스럽게 공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남북정삼회담 이후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대북사업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들은 경의선·경원선 등의 복구에 투입될 철강재를 계산해보기도 하고 서해공단건설에 참여하겠다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통일을 위한 이른바 「통일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어느 연구소는 줄잡아 120조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통일은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평화가 정착되고 전쟁의도만 없다면 그들이 내일이라도 다시 만나 같이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인정하는 평화다. 이산가족뿐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자유스런 왕래가 보장되고 남북간 경제협력 등이 가속화돼 서로 삶의 질을 높인다면 그 자체가 통일이 아닐까 한다.
최수문기자(성장기업부)CHSM@SED.CO.KR
입력시간 2000/08/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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