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1%대금리 업은 최경환 내수진작 배수진] 앞으로 3개월이 마지막 골든타임… 재정+임금+금융 총동원령

美 6월 금리인상前 실물경기 못살리면<br>저성장 고착화·구조개혁도 물건너가<br>'한국판 뉴딜' 외치며 정책 역량 집중<br>"돈맥경화 고착화… 효과 의문"지적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재정의 선제적인 투입, 임금인상, 금융개혁 등 정책역량을 상반기에 모두 쏟아붓는 모습이다. 때마침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등에 업고 내수 활성화에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연초 연말정산 후폭풍과 뒤이은 증세 없는 복지 논란으로 힘이 빠져 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초이노믹스'로 불릴 정도의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초이노믹스 시즌2'의 개봉 박두다. 승리의 여신은 그의 편일까.

◇상반기 중 정책역량 올인=최 경제부총리는 한정된 재정을 상반기에 총동원한 것 외에 금융의 실물 뒷받침과 임금인상에 정책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지난 4일 한 포럼에 참석해 "임금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펴더니 닷새 만에 "민자사업을 통해 '한국판 뉴딜정책'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예산의 58%를 상반기에 집중 배정하고 지난해 발표한 46조원 재정 패키지에서 남은 10조원의 실탄을 상반기에 모두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에는 작심한 듯 연일 금융권 보신주의를 비판하더니 15일에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계 수장들을 불러놓고 "청년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주에는 경제5단체장을 직접 만나 임금을 올리거나 협력업체의 대금을 적정하게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광폭 행보의 목표는 단연 내수 활성화. 앞서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 단기부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금인상과 투자·배당을 늘리는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도 내놓았다. 기업의 돈을 가계로 흘러가도록 해 침체된 내수에 온기를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그러다 올해 초에는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강조하더니 최근에는 느닷없이 '소득 주도 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내수 활성화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구조개혁과 혼재되면서 메시지의 혼선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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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경제부총리가 진열을 재정비한 듯 던지면서 파장을 일으킨 일성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였다. 한국은행의 1%대 초저 기준금리도 이끌어냈다.

◇3개월 남은 골든타임…시간은 째깍째깍 가는데=초이노믹스 시즌1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경기는 되레 고꾸라졌다. 물가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고 생산과 소비·투자·수출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택 거래량은 2006년 이후 최대치로 늘어났지만 저금리를 유도해 전셋값 상승을 방치하는 등 가계부채만 늘렸다는 뭇매를 맞고 있다

기업들이 금고에 쌓아놓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가계로 환류시키겠다며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는 기업들이 일회성 비용인 배당에만 올인하게 유도해 결국 외국인 주주의 지갑만 두둑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발 악재 등 대외여건이 워낙 불확실한데다 신성장동력도 찾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하방경직성이 큰 임금을 올리거나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현금보유를 더 선호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임금이 인상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증가율 둔화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가장 큰 우려다.

◇구조개혁의 유일한 카드는 금융개혁뿐?=정부 안팎에서는 경제부총리가 사활을 걸고 있는 공공·교육·금융·노동 등 '4대 구조개혁' 과제 가운데 유일하게 주도권을 쥐고 밀어붙일 수 있는 파트가 금융개혁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동개혁은 이달 말까지 시한이 정해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을 위해 정부가 노동계 요구안을 대폭 수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치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당초 당정이 목표로 한 5월 초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하다.

특히 최 경제부총리와 가까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것은 금융개혁을 위해서라면 금융계 팔비틀기와 가계부채 증가 논란을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최 경제부총리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1%대 금리정책과 금융개혁만으로는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도 돈이 회전되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나머지 구조개혁 분야를 방치할 경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가계부채의 뇌관만 건드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 경제부총리의 마지막 선택이 한국 경제를 회생시킬 히든카드 역할을 할지, 한국 경제의 침몰을 가속화하는 도박에 사용될지 불과 몇 개월 내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는 비상사태의 위기에 몰려 있다"며 "향후 3년 동안 경제가 가라앉으면 앞으로 누가 집권하더라도 회복시키기가 어려운 만큼 당면과제인 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을 제대로 실천해나가야 할 책임이 경제수장인 최 경제부총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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