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통위 8일 금리 향방 '고심'

경기 하강속 소비자 물가 4%대로 치솟아<br>전문가들도 금리인하 싸고 찬반 양론 팽팽<br>고유가·환율급등·내외 금리차 확대도 부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시름이 깊다. 오는 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어느 때보다 ‘성장’과 ‘물가’ 가운데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경기선행지수 등 각종 경기지표가 내리막으로 치달아 5월 금리인하가 유력했는데 최근 소비자물가가 4%대로 치솟으며 강력한 장애물로 등장한 것. 여기에 유가 및 환율 급등, 금리를 내리라는 정부 관료의 압박, 3명의 신임 금통위원 참석, 미 금리 인하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 등 각종 변수가 얽혀 있어 금리 향방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총재가 4월 금통위에서 강력 시사한대로 하반기 물가안정 전망을 토대로 경기부양에 나설지, 한은의 지상과제인 물가안정을 살피면서 한달 더 시간을 벌지 선택이 주목된다. ◇엇갈린 경기와 물가지표=수개월째 지속된 성장과 물가지표의 대치가 최고조에 다다랐다. 경기의 경우 대부분의 지표가 둔화 쪽으로 향한 상태다. 1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7% 증가에 그쳤다. 2004년 4ㆍ4분기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4ㆍ4분기(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간소비 역시 0.6% 성장에 그쳤고 설비투자는 마이너스(-0.1%)로 돌아섰다. 한은도 성장 속도나 경기상승세가 상당히 꺾였다고 인정했다.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고개 숙인 경기’가 더 절감된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째 하락세고 동행지수 역시 2개월 연속 떨어졌다. 두 지수가 동시에 두달 연속하락하기는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은 “선행지수의 4개월 연속 하락은 경기가 상승국면에서 하강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라고 했다. 경기둔화를 공식 선언한 셈이다. 반면 물가는 끝없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1% 급등했다. 4%대 물가는 3년8개월 만에 처음.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째 물가목표상단(3.5%)을 넘어섰다. 경기와 물가 모두 3~4년 만에 최악의 국면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금리 의견 엇갈려=지표만큼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물가가 ‘4%’를 그린 마당에 5월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견해와 하반기를 보면 물가보다 경기가 더 시급하다며 금리인하를 기대한다는 의견으로 양분화된 것.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한은이 정부 측에 좀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데다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금리인하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하반기 물가가 안정되고 경기가 침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섰다가 다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특히 내외금리차가 과도하게 벌어진 만큼 정책적으로 금리보조를 맞추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5월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가능성은 여전해 보인다”고 전했다. ◇뒤얽힌 각종 함수들도 골칫거리=변수는 경기와 물가뿐만이 아니다. 우선 11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국제유가와 1,010원대에 바짝 다가선 환율은 물가불안을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금리인하에 큰 부담이다. 반면 최근 미국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3%포인트 격차로 확대돼 채권시장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은 금리인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전광우 금융위원장,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경제관료가 전방위적으로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한은이 언제까지 금리인하를 나몰라라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친정부 성향이 강한 신임 금통위원들이 처음으로 금리결정에 참석하는 점도 통화정책 감상법의 핵심 요소다. 과연 난마처럼 얽힌 함수에서 이 총재가 금리를 내릴지, 미룰지, 아니면 인하와 다름없는 강력한 시그널을 줄지, 어떤 셈법을 내놓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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