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6자 회담을 지켜보며

장인순<한국원자력연구소 고문>

이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인 이 땅에 언제쯤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까. 평화롭고 아름다운 아침이 조용한 나라(Morning calm country)가 수없이 많은 외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대한민국은 4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아침이 바쁜 나라(Morning rush country)로 성장ㆍ발전하면서 당당히 세계에서 11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 모두의 삶과 산업의 기초 체력인 전기의 40%를 원자력 발전이 담당함으로써 성장동력의 큰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다른 반쪽인 북한은 해외로부터 많은 식량을 유ㆍ무상으로 지원을 받으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배고픔에 허덕이는 1인당 국민소득 500달러의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원인은 미사일이나 핵무기 개발 등으로 온 국력을 소진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외톨이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48년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한에 송전을 중단해 남한은 그야말로 전기가 없는 나라로 전락했던 적이 있었다. 5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올해 남한은 북한의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게 됐다. 이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배고픔과 가난이 상식으로 통했던 국민소득 80달러시대인 59년.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이나 한 것처럼 이 땅에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일찍이 원자력의 중요성을 널리 전파하셨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먼 훗날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받았으면 한다. 남북한의 명암과 원자력이 갖는 빛과 그림자를 보면서 한평생 원자력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지대한 관심과 착잡한 심경으로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6자회담을 지켜봤다. 6자회담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NPT 복귀와 경수로 건설 문제로 마찰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ㆍ중국ㆍ소련ㆍ일본이 북한의 핵 문제로 6자회담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원자력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분명한 것은 21세기는 원자력을 지배하는 나라가 지구 역사를 선도할 것 이라는 사실이다.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식량 문제와 에너지 문제이다. 문제는 식량 문제보다는 에너지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에너지 문제는 인류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온난화로 인한 환경 문제와 동시에 화석 연료의 일부지역의 편중과 고갈이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대국이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큰 문제다. 이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의 키를 가지고 있는 원자력 이용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이 가지는 양면성인 빛과 그림자가 문제인 것이다. 극심한 에너지, 특히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선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국제사회에서 너무나 많은 신뢰를 잃어버렸기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ㆍ중국ㆍ소련ㆍ일본, 특히 한국이 북한이 먼저 NPT에 복귀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언제ㆍ어디서나(any time any place) 사찰을 받는다면 경수로 건설의 약속을 지키지 않겠는가. 이 시점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하루빨리 NPT에 복귀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북한 주민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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