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도널드, 美-유럽 상금왕 석권 도전

"우즈도 못해봤다"<br>드라이버 거리 146위 불구 쇼트게임·퍼트로 약점 극복

루크 도널드(34ㆍ잉글랜드)가 지난 5월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6ㆍ미국)의 추락만큼이나 미스터리로 여겨졌다. 1인자 자리를 다투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나 마르틴 카이머(독일), 더스틴 존슨(미국), 로이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데다 파워나 플레이의 화려함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즈조차 이루지 못했던 미국ㆍ유럽 양대 프로골프 투어 상금왕 동시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첫 양대 투어 상금왕 이룰까=도널드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해 시즌상금 583만7,214달러를 기록하면서 2위 웹 심슨(미국ㆍ576만8,243달러)을 7만달러 차이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유럽 투어에서는 377만8,199유로를 벌어 2위 매킬로이(215만1,474유로)에 크게 앞서 있다. 1위를 끝까지 지켜내면 전인미답의 대기록이 작성된다. 미국을 주무대로 통산 9차례나 상금왕에 올랐던 우즈도 유럽 투어까지 정복한 적은 없다. 2004년 어니 엘스(남아공)가 유럽 1위, 미국 3위까지 오른 것이 동시 석권에 가장 근접했던 기록이다. 도널드는 주로 하위권 선수들이 출전하는 미국 PGA 투어 가을 시리즈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유럽 투어 던힐 링크스챔피언십과 마드리드 마스터스에도 나갈 계획이 없기 때문에 변수는 2위 심슨이 쥐고 있다. 심슨이 가을 시리즈 대회에 출전해 20위권 이내에 입상하면 뒤바뀔 수 있다. 도널드는 비제이 싱(피지ㆍ2004년)과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ㆍ2008년)에 이어 세번째로 양대 투어 올해의 선수를 동시 수상하는 영예도 누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거리 빼곤 도대체 뭐가 약점?=도널드의 성공은 현대 골프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거구들이 속속 등장하는 파워 골프 시대에 키 175㎝인 도널드는 28일 현재 미국 PGA 투어에서 드라이버 샷 146위(평균 284.4야드)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볼이 많이 구르는 미국 코스에서는 덕을 본 편이고 유럽 투어에서는 190위권(평균 273.9야드)까지 뚝 떨어진다. 하지만 쇼트게임과 벙커 샷, 퍼트, 정신력을 승리의 무기로 갈고 닦았다. 그 결과 기량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평균 타수 부문에서 미국(68.86타)과 유럽(69.28타) 1위, 미국 PGA 투어가 퍼트 능력 평가를 위해 도입한 '라운드당 퍼트로 줄인 타수' 부문에서도 1위(0.77타)다. 그린 주변 벙커 샷은 '귀신' 소리를 들을 정도다. 비결이 뭘까. ▦쇼트게임의 경우 한 가지 샷을 계속 연습하지 않는다. 어렵고 다양한 시험문제를 스스로에게 던져 창의적인 플레이를 향상시킨다. ▦퍼트 연습에는 뜨개질바늘과 실을 활용한다. 머리 부분에 실을 묶은 2개의 바늘을 연습 그린에 꽂고 팽팽하게 연결된 실 아래로 스트로크를 한다. 퍼터헤드가 열리거나 닫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벙커 샷은 볼 뒤 7~8㎝ 지점에 가상의 선을 긋고 샌드웨지 헤드 뒷면의 불룩한 부분인 바운스가 그 선에 닿은 채 볼이 놓인 위치까지 계속 통과해가도록 밀어준다. 정신력 강화에는 잉글랜드 럭비스타 출신 데이브 알레드의 도움이 컸다. 수년 전부터 도널드는 오프시즌 기간에 알레드와 2주 동안 '지옥훈련 캠프'를 함께하면서 강인한 근성을 키웠다. 알레드는 최근 골프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샷을 할 때는 더없이 비정해져야 하기 때문에 여린 인상의 도널드에게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