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는 형사법관 32명이 방문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는 이렇듯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던 수용시설의 모습과 비슷한 듯 달랐다.
형사 법관들이 구치소를 직접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수용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관들은 신입 재소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구치소에 수감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취사장과 봉제교육실·민원실 등 교정 행정 현장을 구석구석 둘러봤다. 법관들은 특히 초상권과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통상의 방문이 제한되는 미결 수용소까지 들어갔다. 구치소를 처음 방문한 법관들은 시설 운용과 수용자들의 처우 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으며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방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 들어가 보기도 했다.
특히 임성근 수석부장판사 등 몇몇 법관들은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6명의 수용자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기도 했다.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재소자가 많은 만큼 '공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바란다'는 호소가 주를 이뤘다. 이들은 "국선변호인들이 재판 전날에야 겨우 찾아와 고작 10분간 면담한 후 형식적인 변론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사선변호인과 국선 사이에는 형량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국선변호인들이 최소 2회 이상 접견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물론 판결 때도 판사들이 왜 이런 형량이 나왔는지를 좀 더 상세한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형사 법관들의 첫 방문에 교도관들 역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승용 보안과 교감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 공범 관계에 있는 자들을 구속시키고는 하는데 문제는 이들 모두가 결국 같은 구치소로 들어온다는 것"이라며 "시설에서도 최선을 다해 이들이 마주치는 것을 막아보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 만큼 앞으로 영장 발부시 각기 다른 구치소에 분리 수용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요구사항이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도 재소자들이나 교도관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지난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줄곧 형무소로 사용되다 1967년 구치소로 개편된 후 1987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수용 정원이 약 3,000명, 직원 정원이 750명으로 규모와 업무의 복잡성이 전국 최고다. 접견 등을 위한 일반 방문자만 해도 하루 1,300여명, 주말에는 1,500여명에 이른다.
서울구치소는 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와 관련된 업무를 하며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등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1·2심 피고인들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등 미결수 인원이 2,000여명에 달해 총 정원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선고형이 5년 이하인 기결수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구금되는 자들도 함께 수용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