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포퓰리즘에 물든 한심한 공정위

요즘 들어 대기업을 기웃거리며 동반성장협약 '이벤트'를 벌이느라 부산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 '원적지 관리' 혐의에 4,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모처럼 한 건을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원적지 관리란 한마디로 다른 정유사 주유소를 안 뺏는 대신 내 주유소를 보장받는 '짬짜미'다. 이게 기름값 인하를 가로 막았다는 게 공정위 말씀이다. '담합을 안 했다면 정유사들이 유통망(주유소) 확보 경쟁을 벌여 더 싸게 기름을 공급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시시비비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적은 현대오일뱅크마저 "사회정의 실현 차원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서다.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불행히도 공정위의 담합 주장에는 고약한 '포퓰리즘'악취가 난다. 기름값 인하를 위한 작위적인 논리의 비약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얘기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정유사 영업사원들이 원적 주유소를 협의 교환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최소 20여건 이상 확인된다"고 했다. '팩트'일거라 믿는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정유 4사의 주유소 점유율이 지난 10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고 경쟁이 없어 기름값이 내리지 않았다'는 결론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석유제품 시장은 30% 이상 공급과잉에다 수 백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도 1% 점유율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고착 구조를 갖고 있다. 쉽게 집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돌아다니는 차량에 기름을 파는 주유소 시장의 특성 탓이다. 과거 정유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해도 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정위는 20여건의 정유사 영업사원들의 공모가 어떻게 10년간 전체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유지시켜왔는지 정확하고 세밀한 근거를 대야 할 것이다. '그랬을 것'이 아닌 분명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 말이다. 그래야만이 최근 기름값 인하를 윽박질렀던 기획재정부와 지식산업부에 박자를 맞춘 '포퓰리즘 공정위'란 창피한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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