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사소송 봇물… "과세체제 정비 서둘러야"

"엔화스와프 예금 수익 과세 부당"<br>법원, 일단 은행 손 들어줬지만 사안 복잡<br>재판부마다 기준달라 판결 제각각 가능성<br>전문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엔화스와프 예금 관련 세금 공방은 수백건에 달하는 파생복합 상품 과세 논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이날 “(현재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여러 재판부에 계류 중인데) 재판부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1심에서 서로 다른 판결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사안이 복잡해 단시일 내에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엔화스와프 예금 과세 사건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파생상품 과세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권, 절세 상품으로 엔화스와프 예금 판매=은행권은 지난 2003년부터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엔화스와프 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엔화스와프 예금은 복합파생 금융상품이다. 원화예금을 엔화예금으로 바꾼 후 다시 원화로 바꾸는 선물환 계약을 통해 예금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이다. 일본 엔화예금의 이자는 당시 연 0.05%로 매우 미미했기 때문에 이자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되는 반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환차익은 선물환 거래에 따른 파생 거래 이익이기 때문에 소득세법상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구조를 이용해 환차익으로 4%에 가까운 예금 이자를 지급해줬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엔화스와프 예금이 본질적으로 예금상품에 해당한다”며 이자는 물론 환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했다. 거액 자산가들은 은행의 절세 상품이라는 말을 믿고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씩 엔화스와프 예금에 가입했다. 이들은 세무당국의 과세로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은 물론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됐다. 환차익에 대한 과세의 경우 일단 은행에서 대납해줬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서는 예금 가입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일단 은행 손 들어줘=법원이 이번에 엔화스와프 예금 거래에서 선물환 거래에 따른 이익을 과세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은 선물환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을 ‘이자소득’으로 볼 수 없고 소득세법상 이런 이익은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는 ‘국내에서 받은 예금(적금ㆍ부금ㆍ예탁금과 우편대체를 포함)의 이자와 할인액’ ‘금전 사용 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을 이자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한다. ‘환율의 차이로 발생하는 외환매매이익’은 이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이자소득으로 볼 수 없고 과세 대상도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세무당국은 “선물환 거래는 상품의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가장(假裝) 행위’였고 실질적으로는 일반 원화예금 거래와 다를 바 없어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며 ‘실질과세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세를 내세울 법률상의 구체적인 근거와 규정이 없이는 거래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내세워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거래가 실질적으로는 확정수익이 보장되는 원화정기예금과 다를 바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물환 거래와 엔화정기예금, 선물환 거래 등 구분되는 법률 행위를 하는 데 대해 은행과 고객의 의사 합치가 있었고 개별적 부인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원화정기예금 거래와 실질이 같다고 조세법상 동일한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소송 이어져 논란은 지속될 듯=현재 은행권이 이와 비슷한 엔화스와프 예금 소송을 10여건이나 진행하고 있는데다 재판부마다 판결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어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과세 근거가 없는 파생상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과세를 피하려는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은행권이 기존 예금과 선물환 등 파생 거래를 묶은 복합상품을 잇달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개별 건별로 사법부 판단에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체계 도입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파생상품의 과세체계를 세우지 않고서는 ‘예금과 복합된 상품이라도 파생 거래는 소득세법 열거주의 원칙상 과세를 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과 ‘과세 회피를 위한 실질적인 예금상품’이라는 과세당국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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