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서울시에서 근무 중인 최수연(29·) 주무관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자신을 되찾아준 희망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13세 때 갑자기 시신경이 위축되는 장애를 갖게 됐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마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최 주무관은 공무원시험이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시험지, 음성지원 컴퓨터 등 편의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꿈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직접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시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 수험교재를 점자와 파일로 제작해달라고 부탁해 2년 동안 시험준비를 했고 마침내 지난해 서울시 공무원 공채에 당당히 합격해 7급 공무원이 됐다. 그는 현재 장애인자립지원과에서 저소득 중증장애인 전세주택 제공사업과 교육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다.
최 주무관은 시험 과정과 합격 순간부터 이미 유명했지만 이제는 온종일 그의 곁을 지키는 '온유' 덕분에 더 유명인사가 됐다. "너도나도 뛰는 출근길 속 혹시 주인이 다치지나 않을까 조심조심 서울시청까지 길을 찾아주는 안내견 온유 덕분에 하루가 든든해요."
그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전문 양성하는 삼성화재를 통해 지난해 12월 온유와 만나게 됐다. 온유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출근길은 물론 평소 업무를 볼 때나 화장실에 갈 때, 점심을 먹을 때까지 모든 순간 그의 곁을 지킨다.
지난달 29일 서울시청사가 시민에게 개방됐을 때 최 주무관의 업무공간은 '명소'가 됐다.
광학문자판독기ㆍ전자독서확대기ㆍ점자라벨기 같은 신기한 보조기기들보다 최 주무관 옆에 떡 하니 자리를 잡은 온유의 전용좌석 때문이다. 최 주무관이 근무한 지 2개월 남짓 됐다. 온유는 최 주무관과 시민뿐 아니라 동료에게까지 격무로 지친 마음을 풀어주는 부서의 일원이 됐다.
그는 "저와 온유가 살아가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서울시와 동료에게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