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중국, 소나기식 부양책… "효과는 불투명"

성장둔화·증시붕괴에 '긴축' 정책기조 급속 선회<br>"상하이증시 2,500선까지 무난히 상승" 전망속<br>"투자심리 회복 한계… 침체 오래갈수도" 지적도




"중국은 미국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한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ㆍ금융 위기가 조속히 극복되기를 희망합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악화일로를 치닫던 지난 22일 아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워싱턴에 전화를 걸어 실의에 빠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위로했다. 후 주석은 "조속한 위기 극복은 미국의 이익과 중국의 이익에 모두 부합한다"면서 구원의 손길을 넌지시 내밀었다. 언뜻보면 글로벌 경제무대의 '맏형'인 미국의 체면을 구기는 대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경제를 보면 경기후퇴에 대한 후 주석의 걱정은 부시 대통령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미국의 경기 둔화로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이 올들어 7월까지 8% 포인트나 둔화됐고, 증시와 부동산시장은 거품붕괴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업 체감경기도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말쯤이면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위험수준'인 9%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요즘 '소나기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긴축' 일변도이던 경제정책 기조가 지금은 자고 나면 '부양'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중국의 연쇄 부양책은 15일 인민은행의 금리 및 지급준비율 동시인하로부터 시작됐다. 중국의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는 0.27%포인트 낮춰졌고, 지급준비율은 오는 25일부터는 공상은행ㆍ농업은행ㆍ중국은행ㆍ교통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제외한 중소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1%포인트 인하된 16.5%로 조정된다. 이어 18일엔 증시회생을 위한 메가톤급 '3대 부양책'이 나왔다. 중국 재정부와 국세총국은 거래 쌍방에 부과하는 거래세를 양도하는 쪽만 내도록 세부담을 줄여주기로 했고, 국유은행 주식을 관리하는 회금공사는 공상은행과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3대 국유은행의 주식을 매입을 개시했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는 국유기업에 자사주의 적극적인 매입을 독려했다. 이에 지난 19일 중국 증시는 사상 유례없는 전종목 상한가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20일엔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이 긴급회의를 열어 급격한 성장둔화를 방지하는 것이 당면 과제임을 확인하고,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급영향을 최소화해 금융시장과 증시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곧이어 22일에는 국자위가 '상장기업의 자사주매입' 규제완화라는 증시부양책이 나왔다. 리룽룽 국자위 주임은 '상장기업 자사주매입 보충규정'을 발표하면서, 국유기업의 자사주 매입시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줄이고 통제는 푸는 대신, 사후 관리감독은 엄격하게 해 투명도를 높이기로 하는 등 11개항의 후속조치를 내놓았다. 이 같은 '소나기 부양책'은 최근 중국의 경제사정이 긴급처방을 쓰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다급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증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거품붕괴로 중국경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6,000포인트를 넘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급격하게 추락해 2,000포인트선을 힘겹게 지켜내고 있고, 선전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올해 집값 하락률이 최대 40%에 달하면서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개발상들이 자금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중국은행권의 부동산 부실대출 위험이 올해 4ㆍ4분기 이후 본격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중국경제마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양책의 필요성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중국인민대학 금융ㆍ증권연구소의 우샤오추 소장은 "이번 증시부양조치는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바라는 당 중앙과 국무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상하이종합지수가 2,500선까지는 무난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텐상(天相)투자고문의 추옌잉 애널리스트는 "배당에 대한 세금감면과 기업에 대해 배당을 늘리도록 하는 후속대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경제관찰보는 "중국의 경제정책은 성장유지 및 물가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일보일공(一保一控)정책을 거쳐, 지금은 성장유지(保增張)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면서 "앞으로 전면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각종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며, 중국 경제가 미국과 유럽의 침체로 성장이 둔화될 경우 주식시장의 침체국면이 오래갈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광파(廣發)증권의 완빙 애널리스트는 "중국증시처럼 장기간의 대세 하락기를 거친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하루 아침에 회복되기는 어려운 법"이라고 지적했고, 중앙 차이징(財經)대학 증권선물연구소의 허창 소장은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이나 거시경제를 감안하면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광다(光大)증권 연구소의 리캉런 소장은 "3대 조치가 무너진 투자심리를 회복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지만 많은 조치들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에 있다"면서 "회금공사가 은행주를 매입한다면 언제, 얼마나 매입할지 불확실하며 매입후 얼마나 오래 갖고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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