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라이프스타일을 팝니다"
패션 연출서 요리 제안·웰빙·친환경생활 선도까지상품 단순 진열보다는 '생활상담 서비스'로 차별화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현대백화점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 부부가 제일모직 정구호(사진 오른쪽)상무의 코디를 받아 새로운 패션 스타일로 변신하고 있다.
“이제는 차려 입고 남편과 좋은 곳도 다녀야겠어요.”
전업주부인 노수진(시흥동ㆍ32)씨는 짧아진 머리와 화장한 얼굴, 일류 디자이너가 손길을 뻗친 ‘명품 코디’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결혼 7년차인 노수진씨와 남편 정재완(35)씨 부부는 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신데렐라 커플’의 기회를 잡은 행운의 주인공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이벤트에 당첨돼 헤어ㆍ메이크업ㆍ의상 코디까지 총 1,000만원을 들인 ‘새로운 패션 라이프’를 경품으로 받은 것. 지난 10일 오전 편안한 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청담동 미용실 문을 들어선 부부는 청담동 미장원과 구찌, 페라가모, 구호, 빨질레리 등 명품 브랜드 숍을 거치며 전문가들의 스타일 제안을 받아, 6시간 후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모해 백화점 문을 나섰다. ‘편하게’가 일상이던 부인은 세련되고 여성스럽게, 피곤한 일상에 지친 남편은 편안한 리조트 스타일로 거듭나 무척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단순히 상품을 팔던 백화점은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생활 방식을 제안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필요한 상품을 선보이는 곳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부터 ‘라이프스타일리스트’라는 슬로건 아래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통한 ‘고객의 잠재 욕구 충족’을 경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꼽는다.
디자이너인 제일모직 정구호 상무가 두 부부의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을 즈음, 백화점 지하에는 20여명의 주부들이 요리전문가의 무료 요리강좌를 듣고 있다. 이날 메뉴는 ‘꽃게강정’과 ‘새싹 탕평채’. 주부들은 레시피를 받아 조리 시연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시식을 하고, 식품매장에서 재료를 구입해 저녁에 집에서 직접 솜씨를 발휘해볼 수 있다. 백화점측에 따르면 전점에서 상설로 열리는 쿠킹 스튜디오를 매장으로 활용할 경우 예상되는 추가 매출은 연 50억원. 수십억원을 포기하는 것은 “단기적인 매출 증대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제공을 통한 차별화 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결혼, 육아 등 100가지 테마에 대한 사내 전문가를 선별하는 한편, 홈 인테리어나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점포별로 300~400평 규모의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연주회 등 테마 행사도 생활문화 제안의 한 형태. 이번에 진행한 ‘신데렐라’ 경품이벤트는 패션뿐 아니라 홈 인테리어 등으로 테마를 넓혀 각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백화점들도 단순한 상품 진열보다는 생활의 일면을 제안하는 쇼핑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올들어 건강과 자기발전에 삶의 가치를 두는 ‘로하스’족을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롯데는 올들어 친환경식품과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높은 여성고객 커뮤니티인 ‘그린레이디클럽’을 운영중. 친환경식품 매장의 정보 제공과 유기농장 방문 등의 활동으로 ‘함께하는 웰빙문화’를 선도한다는 취지로, 현재 본점에 국한된 클럽 운영을 오는 19일까지 수도권 12개점으로 확대해 회원도 500명 가량 추가 모집한다.
또 본점에선 지난 3월 오픈한 친환경 인테리어 매장인 ‘웰섬’에서 자연친화 인테리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신세계백화점도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매장을 강화하는 한편, 고객들의 쇼핑을 돕기 위해 강남점 와인 매장에 소믈리에를, 의류 및 스포츠 매장에 머천다이징 전문가들을 두는 등 스타일 제안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6/12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