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은 14일 미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암송토록 가르쳐온 `충성의 맹세(Pledge of Allegiance)`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기로 결정했다.이에 따라 지난 수년 동안 미국에서 `애국적 서약`인지, `공공의 기도`인지를 두고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됐던 `충성의 맹세`는 내년 6월께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규정한 미 헌법에 위배되지는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논란은 구 소련과의 냉전이 한창이던 1954년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대통령이 이 서약의 `한 국가(one nation)`다음에 `하느님 아래(under God)`라는 구절을 포함시키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비롯된다.
법학 학위를 가진 응급실 내과의사인 무신론자 마이클 뉴도우는 2000년 3월 자신의 9살 난 딸이 교사로부터 `충성의 맹세`를 암송하도록 강요받음으로써 종교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학교 당국을 고소했다. 미 헌법상 정부가 종교를 승인하지 못하게 돼 있으나 `하느님 아래`란 구절이 특정 종교를 승인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2002년 6월 미 제9 순회고등법원은 교사가 이끄는 충성의 맹세를 금지한다고 판결, 스스로 변론을 펼친 뉴도우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법원은 충성의 맹세가 교실에서 낭송될 때 반대하는 학생들은 참가할 것인지, 항의할 것인지에 대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설에서 하느님에 대해 언급하기를 좋아하는, 신앙심 깊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시 법원 판결을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대법원의 심리 결정은 보수의자인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재판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내려졌다. 뉴도우는 지난 달 스칼리아 대법관이 한 종교단체 집회에서 항소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는 연설을 한 점을 들어 법관 기피 신청을 냈었다.
뉴욕 타임스는 “향후 대법원 판결에서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 대법관들이 4대 4대로 갈릴 경우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스칼리아 대법관이 심리에 빠진 것은 뉴도우의 큰 승리”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