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남아 값싼 노동력 시대 저무나

베트남등 진출 섬유·의류社 임금 올렸는데 또 인상요구… 태업등 '골머리'<br>외국업체 신규진출도 잇달아… 대규모 인력 이탈 우려까지…<br>영원무역 사태 일단 소강국면… 일부 조업재개불구 불안 여전

베트남 호찌민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A사는 얼마 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맞춰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을 20% 가까이 인상했다. 하지만 연말을 앞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에 이르는 등 물가가 급등하자 현지 근로자들이 추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태업을 벌이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업체들의 신규 진출도 잇따르고 있어 대규모 인력 이탈마저 우려된다.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분규에다 효율적인 인력관리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국의 고임금을 피해 동남아에 둥지를 튼 국내 기업들은 이제 동남아마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시대가 저무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태국ㆍ베트남ㆍ방글라데시 등 현지 정부가 잇따라 20%가량 최저임금을 인상한 데 이어 동남아로 이전하는 업체들까지 증가하면서 진출업체들의 생산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2일 방글라데시의 영원무역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는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부 조업이 재개되기도 했지만 현지기업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동남아에 진출한 의류업체는 미얀마 40여개, 필리핀 30여개, 베트남 120여개, 캄보디아 30여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지난 2008년에만 약 700건의 불법파업이 있었으며 현지 정부가 내국기업과 달리 외국기업의 문제를 방치하는 경향이 있어 툭하면 생산차질이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섬산련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진출업체들이 그동안 노사분규 때문에 숱한 애로사항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일이 커진 적은 없었다"며 "그동안 현지의 한인의류협회에서 진출국 정부에 건의를 한 적도 많았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인 생산 라인 확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게 됐다. 의류업계의 특성상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해줄 수 있는 업체들로 바이어의 주문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남미ㆍ아프리카 등에서도 노사분규의 움직임이 커짐에 따라 생산기지 이전도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남미ㆍ동남아 등 저가 생산기지들은 모두 임금인상 요구와 노사분규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생산공장을 분산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또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노동상황이 안정적인 인도네시아나 국가통제가 강한 미얀마 등으로 진출하려는 업체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국내 기업들도 현지에서의 노무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지역 밀착형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임금 산업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U턴에 대비한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번 일을 기회로 오히려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됐던 분쟁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겠냐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 임금과 노사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대책이 마련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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