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 아는 만큼 보인다] 세계화와 양극화

고성장만으론 해결 어려워<br>'양극화'는 세계화·기술발전이 원인<br>무역자유화·정보격차 현상에 계층간 소득불평등 심화<br>공교육 향상·여성인력 활용등 분배 선순환고리 만들어야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소득분포의 불평등이 확대됐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지니계수가 지난 1997년에는 0.281이었으나 불과 2년 뒤 0.320으로 크게 증가해 불평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추세는 최근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소득불평등도 심화를 보통 양극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여정부 이후 양극화에 대해 많이 얘기되고 있지만 오해가 많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다. 흔히 양극화 현상을 우리나라만의 특성으로 간주하며 세계화를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의를 요한다. 먼저 양극화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197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소위 영ㆍ미식 경제에서 두드러졌던 양극화 현상은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나타났으며 1990년대 중후반에는 개도국으로 확대됐다. 따라서 양극화 현상을 국내 경제문제로 국한시켜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양극화가 일어난 원인과 관련해 가장 직관적이고 명백한 설명은 세계화 때문에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무역자유화로 개도국에서 노동집약적인 저가상품이 많이 수입됨으로써 선진국의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역자유화로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영ㆍ미식 경제에서는 단순노동과 숙련노동 간 임금격차가 확대돼 소득불평등도 확대로 이어졌고 유럽에서 무역자유화는 단순노동의 실업 확대로 이어졌으며 사회보장제도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게 된 1990년대 이후 소득불평등도 확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양극화의 모든 측면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진전된 데는 세계화의 주요 특징인 무역자유화와 자본자유화 이외에도 기술변화, 고령화, 제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급격한 기술 진보는 양극화의 약 80%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1990년대 이후 기술발전이 심화되고,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보기술(IT) 혁명이 발생함으로써 개인 또는 경제의 신기술 흡수력에 따라 지역 간, 계층 간 정보격차(digital divide)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소득격차가 원래 크지 않았던 유럽에서는 개인 간 정보격차에 따른 소득격차 확대가 두드러졌다. 이밖에도 고령화와 대규모 실업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져 경제성장이 저해되고 사회보장제도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인구고령화로 사회보장제도가 축소되면서 주된 수혜계층인 노년층의 상대소득이 감소돼 연령별 소득격차가 확대됐다. 1970년대 이후 유럽대륙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청년층의 대규모 실업은 청년층으로부터 중장년층으로의 소득이전 효과를 낳았다. 또한 자본시장 불완전성으로 초기 자산의 불균등한 분포가 부의 분포의 양극화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고성장으로 양극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과거와 같이 성장의 적하 효과가 큰 경우에는 고성장이 중산층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세계화, 첨단기술 발달, 고령화 등의 조건에서는 공교육의 질 향상과 인적자본 축적, 여성 노동 확대 등이 성장에서 분배로 가는 선순환 고리를 유지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경제성장은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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