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신임 인사차 방문한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14일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양측은 열린우리당의 당명, 1대 1 토론, 정치개혁방안 등을 놓고 30분간 가시 돋은 말을 주고 받으며 대면 첫날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먼저 최 대표가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으로 지칭하자 동석한 우리당 김정길 상임중앙위원이 “우리당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최 대표는 이에 “그럼 진짜 우리당은 뭐라고 부르냐”며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냄새` 나는 당명은 거의 없다”고 힐난했다.
김 위원이 다시 “약칭은 이름을 지은 쪽의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요구하자, 최 대표는 “어떤 외국기자는 무엇을 걱정하는지 모르겠지만 귀당을 `워리(worryㆍ걱정)당`이라고 부르더라”고 더 심한 말을 했다.
이번에는 우리당 선대위 대변인에 내정된 박영선 전 MBC 경제부장이 최 대표에 대해 “왜 정 의장이 제의한 1대 1토론을 거부하느냐”고 물었다. 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토론을 한 뒤 천천히 기회를 보겠다”며 토론의 격을 따지고 들었다.
정 의장은 “4년 뒤 지금과 같은 정치불신을 없애려면 범국민정치개혁협의가 마련한 개혁안을 다 수용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거부 이유를 추궁했다. 최 대표는 “의원 정수와 지역구ㆍ전국구 의원비율에 대한 이견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지, 다른 개혁방안은 우리 당이 먼저 치고 나간 것”이라며 지구당 및 후원회 폐지 등을 열거했다.
정 의장이 “선거구 문제 빼고는 모두 수용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겠다”고 역공에 나서자, 최 대표는 “역시 입심이 좋아”라며 받아 넘겼다.
<유성식 기자 ssyoo@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