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은행 하이브리드 발행 딜레마

외환은행이 자본확충을 위해 추진 중인 하이브리드(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이 제시한 8.5% 중반대의 금리수준이 너무 높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데다 시장에서 얼마나 소화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 아직 확신이 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이에 따라 당초 이번주 중 발행할 예정이었던 2,500억원의 하이브리드 발행시기를 다소 늦추면서 조건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발행 `산고`= 하이브리드는 하나은행이 작년 말에 연 8.56%의 금리로 해외에서 발행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발행하는 것은 외환은행이 처음. 따라서 시장에서는 여전히 외환은행이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하이브리드 발행을 마무리 할 수 있을 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은 당초 지난주 말 2,500억원의 하이브리드 발행조건 등을 확정한 뒤 이번 주 초부터 창구판매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측에서 금리조건은 물론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한 충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해와 아직까지 세부 발행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이에 따라 12일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금감원과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발행계획을 확정해 공지하겠다”고 통보한 뒤 막바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금감원이 외환은행이 하이브리드 발행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청한 이유는 `금리`와 `시장성`등 크게 두가지. 외환은행이 당초 계획대로 8%대 중반의 고금리로 하이브리드를 발행할 경우 비슷한 수준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채권발행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채권시장 전반에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 또 국내에서 사실상 만기가 없는 채권이 처음 발행되는 탓에 시장에서의 소화능력도 의문시되고 있다. 일반 정기예금 상품보다 금리가 두 배나 높아 매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품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브리드 채권은 기본자본으로 인정 받는다는 점 때문에 배당이자의 지급이 비누적적이고 발행은행이 5년 후부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게 된다. 은행의 경영이 나빠져 적기시정조치 등을 받게 되면 이자지급이 안되거나 반대로 경영이 좋아지면 은행이 조기에 상환하면서 고금리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나중에 채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외환은행 “충분한 검토 거칠 것”=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이 `장기투자` 문화에 익숙치 않은데다 최근 카드채 문제 등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후순위채권처럼 창구판매와 동시에 매진되는 인기를 끌기는 어렵지만 시차를 두고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 논란이 있지만 하이브리드는 지급이자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 받는데다 예금보험료도 없기 때문에 실질 조달금리는 6%대를 넘지 않는다”며 “첫 발행인 만큼 좋은 모양을 만들기 위해 상품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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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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