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곽정욱 그래텍 대표

대학 컴퓨터 동아리 4총사 뭉쳐 알짜 '곰' 키워냈죠



선후배간 잘할 수 있는 분야 역할분담 지금까지 함께 사업하며 동반자의 길
초창기 '팝폴더' 유료 서비스에도 큰 인기 끌어 대출금 한달 만에 갚아
곰플레이어 전세계 1억명 넘게 사용 곰TV는 모바일 강화 시즌2로 재도약
인터넷TV 경쟁 과열 우려 있지만 시장 키워 나눠 갖는 게 더 이득이죠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고속도로라 불린 초고속인터넷 'ADSL'이 보급되면서 동네에 PC방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닷컴열풍이 산업계를 강타하자 인터넷 관련 신생 벤처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 속에서 대학 시절 컴퓨터 동아리로 인연을 쌓은 30대 청년 네 명이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였다. 그들이 설립한 회사가 바로 회사명보다 곰플레이어ㆍ곰TV 등으로 더 잘 알려진 15년차 중견 벤처기업 그래텍이다.


곽정욱(45ㆍ사진) 그래텍 대표는 "당시 컴퓨터 동아리는 창업 동아리와 유사했다"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만든 개발품으로 전시회도 하고 각 대학교에 있는 컴퓨터 동아리가 모여 전국연합회도 따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가 인터넷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바로 컴퓨터 동아리들의 전국연합회인 '소프트웨어 전국대학연합'이다. 곽 대표와 그래텍을 함께 창업한 송길섭 전 대표, 배인식 전 대표, 이병기 부사장은 모두 소프트웨어 전국대학연합 선후배 지간이다.

곽 대표는 "송 대표와는 학교 동아리 선후배로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만나 함께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당시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구상해보다 모 전자부품회사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송 전 대표에게 "우리가 했던 게 소프트웨어 쪽인데 그 쪽 사업을 하는 게 어때요?"라는 제안을 했고 이 한마디에 사업 구상이 시작됐다. 둘은 후배 사무실을 빌려 두 달간 여러 사람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뭉치게 된 네 명의 친구는 지금까지 사업 동반자로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곽 대표는 올해 초까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회사 안살림을 챙겨왔다. 그는 "당시 네 명이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눠 역할분담을 했다"며 "제일 선배이자 리더였던 송 전 대표가 당시 대표를 맡았고 벤처 경험이 있는 배 전 대표가 영업과 마케팅, 삼성전자 출신의 기획통 이병기 부사장이 회사의 전략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CFO를 맡은 이유는 넷 중 유일하게 경영 쪽과 관련이 있어서다. 그는 건국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오하이오대에서 MBA 석사 과정을 마쳤다. 곽 대표는 "4월 이후 직함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변한 건 없다"며 "지난 15년간 모든 의사결정은 네 명이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해와 대표 자리라고 특별한 건 없다"고 웃었다.

그래텍의 초창기 대표적인 서비스는 '팝폴더'와 '구루구루'다. 지난 2000년 출시한 팝폴더는 파일을 빠르게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웹하드의 모태 격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1메가바이트(MB)당 1원을 받았는데 엄청난 속도감에 유료서비스임에도 사용자가 급증했다. 곽 대표는 "매출이 10배가 증가하는 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당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빌렸던 대출금도 한 달 만에 다 갚았다"고 말했다. 팝폴더와 같은 해 출시된 구루구루는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 컴퓨터끼리 원하는 자료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파일공유(P2P) 서비스다. 곽 대표는 "사실 회사에서 쓰는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서비스였다"며 "월 3,000원을 받았는데 수익률이 90% 이상 보장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그래텍의 대표 서비스라 할 수 있는 곰플레이어는 2003년 탄생했다. 곰플레어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미국ㆍ유럽ㆍ중남미 등에서 1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곽 대표는 "곰플레이어는 팝폴더에서 꼬리를 물고 나온 서비스"라며 "팝폴더에서 내려받는 파일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곰플레이어를 활용하면 파일을 내려받으면서 동시에 영상을 볼 수 있어 잘못된 파일로 확인되면 내려받기를 멈출 수 있다. 이를 통해 파일을 올리는 이용자의 사적인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도 사기 콘텐츠를 쉽게 걸러낼 수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래텍에도 위기는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저작권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로 그래텍은 2003년 코스닥 상장 심사에서 거절당하기도 했다. 곽 대표는 "당시 어디까지가 불법 저작물이고 저작권 침해인지 판결도 없었고 해석도 다 달랐다"며 "회사에서는 결론적으로 저작권 문제가 걸린 사업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래텍은 캐시카우였던 팝폴더와 구루구루를 무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등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곰플레이어에서도 개인 이용자가 직접 영상물을 올릴 수 없게 하고 그래텍이 직접 저작권 문제가 없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후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심하다 나온 게 바로 곰TV다. 2006년 출시한 곰TV는 곰플레이어에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인터넷TV 서비스다. 현재 약 30만 편의 영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하루 4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곽 대표는 곰TV를 가장 난관이 많았던 서비스로 기억했다. 그는 "당시 극장ㆍTVㆍ비디오 세 분야로 나뉜 판권 시장에서 거부당해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초기 2~3년간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소회했다.

그래텍은 3월 '곰TV 시즌2'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모바일 환경에 초점을 맞추면서 유ㆍ무료 콘텐츠 혼합 서비스를 확대하고 소셜 기능도 추가했다. 곽 대표는 "모바일 쪽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모바일 사용자는 PC처럼 기기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속성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래텍은 3분 동안 방송의 하이라이트만 빠르게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3분TV'를 출시하기도 했다.


시즌2를 선언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곽 대표는 "기존에 곰 이용자뿐만 아니라 외부를 통해 유입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며 "절반 정도는 성공을 거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가을에 추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며 "상반기에 미진했던 부분을 계속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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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는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서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업가이기 때문에 M&A에 부정적인 인식은 없다"며 "좋은 기회가 있으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ㆍ판도라TVㆍ아프리카TV 등 인터넷TV 서비스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시장이 넓어져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곽 대표는 "작은 시장을 독점하기보다 여러 경쟁업체가 등장하면서 커진 시장을 나눠 갖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래텍은 최근 유튜브나 아프리카TV처럼 사용자가 직접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게 원칙을 변경했다. 곽 대표는 "서비스 초반만 해도 저작권 이슈가 큰 문제였는데 필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경이 변했다"며 "이용자의 목소리에 따라 서비스는 점차 진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곽 대표는 전세계 2억명이 내려받은 곰플레이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곰플레이어는 오른쪽 창에 곰TV라는 서비스를 넣어 진화했는데 해외에 깔려 있는 곰플레이어의 경우 오른쪽 창에 어떤 서비스를 넣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He is…



▲1967년 서울 ▲1993년 건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6년 오하이오대 경영학 석사 ▲1997년 쌍용정보통신 ▲1999년 그래텍 창업 및 최고재무책임자(CFO) ▲2013년 그래텍 대표이사 및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진흥정책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실감나는 해설·화려한 영상… 곰TV 스튜디오는 게임 방송의 메카



지난 12일 자정이 되자 곰TV 강남 스튜디오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온라인 게임 '도타2'의 국제경기 결승전을 보기 위해 모여든 것. 미국 시애틀에서 진행되는 경기 일정상 한국에서는 자정이 돼서야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이 행사의 공식적인 명칭은 '펍스톰프'. 광장이나 호프집에 모여 축구경기를 함께 보는 것처럼 e스포츠를 함께 관람하는 문화다. 펍스톰프를 잘 개최하지 않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는 이미 인기 있는 e스포츠 관람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날 열린 도타2 펍스톰프는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말레이시아 등 50개국 162개 이상의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한국에서는 그래텍이 곰TV 강남 스튜디오에서 행사를 열었다. 휴가를 신청하고 방문한 직장인부터 방학을 맞은 대학생, NSL에 출전했던 e스포츠 선수들까지 약 80명의 사람들이 스튜디오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곰TV는 이날 자정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스튜디오를 개방하고 한국어 해설뿐만 아니라 치킨ㆍ맥주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2008년 그래텍이 설립한 곰TV 스튜디오는 올해 3월 목동에서 강남 삼성동으로 이전했다. 강남 스튜디오는 200평 규모로 25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풀(Full) HD 촬영장비와 편집실 등 방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래텍은 2005년 MBC 게임 채널에서 방영되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후원하면서 e스포츠와 인연을 쌓았다. 이후 단순 중계를 넘어서 저작권사로 발돋움하면서 2008년 TG삼보와 인텔의 후원을 받아 자체 제작한 '스타크래프트 리그인'으로 인터넷 게임 방송에 본격 진출했다. 그래텍의 게임 방송은 그동안 케이블TV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 개인 화면과 박진감 넘치는 중계, 화려한 영상미로 e스포츠의 부흥을 이끌었다. 2010년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독점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LS)'를 개최했다. 독점 경기 중계로 그래텍의 당시 해외 매출은 연간 30억원을 기록했으며 GSL은 현재 세계 최고의 스타2 리그로 발전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워크래프트3 리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그, 서든어택 챔피언스, 카스온라인 등 다양한 인기 온라인 게임 경기를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곽정욱 그래텍 대표는 "게임은 글로벌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라며 "해외 해설자를 고용해 국내용과 해외용 중계를 따로 송출하는 등 게임 방송의 글로벌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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