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이 재정경제부 용역을 받아 만든 보험업법 개정방안이 보험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방안은 보험사들의 업무영역 칸막이를 사실상 허물고 판매조직의 근간인 설계사 1사 전속주의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합집산을 하는 등 보험산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보험개발원이 직접 수행한 용역에서 자신들의 기능 강화를 위해 사실상 보험상품 심사 권한을 갖고 보험 가입자의 정보도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 보험사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시행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 보험사 업무 칸막이 폐지 = 현재 보험사들의 업무영역은 생명보험, 손해보험,제3보험(상해.질병.간병보험)으로 구분돼 있으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겸업을 할수 없다.
보험개발원 방안은 이를 없애고 일반 생명보험(사망 보상 보험), 일반 손해보험(화재.해상보험), 변액.연금보험, 자동차보험, 보증보험, 재보험, 건강보험 등 7개보험 종목으로 나누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일반 생명보험과 일반 손해보험은 동시에 취급할 수 없도록 하되 나머지 보험 종목은 인가를 받으면 팔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업무영역 규제를 풀어 대형화를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경우 손해보험사들은 현재 생명보험사들만 팔 수 있는 변액보험을 취급할 수있고 생보사들은 손보사들의 영역으로 돼 있는 자동차보험이나 보증보험 등을 팔 수있다.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보험사들은 인수.합병(M&A) 무대에 몰리고 특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는 존폐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설계사 1사 전속주의 폐지 = 현재 보험 설계사는 1개 보험사에만 소속돼 그회사의 상품만 팔 수 있다.
앞으로 이를 폐지하고 설계사도 독립 대리점처럼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상품을 팔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설계사가 상대방 한 곳의 상품만 팔 수 있는 교차판매가허용되기 때문에 1사 전속주의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보험개발원의 설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 설계사를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보고 고를 수 있어 선택권이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사 보험사들은 1사 전속주의를 없앨 경우 판매 조직의 핵심 근간이 사라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사 전속주의를 폐지하면 보험사들이 영업조직을 육성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또 부실 판매의 우려가 있고 설계사간 소득 양극화 심화와 중소형사의 설계사 이탈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보험개발원 신용정보 활용 등 기능 강화 논란 = 이번 방안에서 가장 논란이되고 있는 것이 보험개발원의 기능 강화다.
보험개발원은 보험료 산출의 기준 자료가 되는 순보험요율을 산출하고 보험금이중 지급 등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보험 가입자의 정보를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현행 신용정보법상 보험개발원은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아니어서 보험 가입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 가입자의 정보는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 등록돼 있는 생명보험협회가 모두 관리하고 있고 보험개발원은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가입자 정보 등 일부 정보만 이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은 순보험요율 산출 등을 위해서 예외적으로 자신들이 고객 동의없이 가입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신용정보집중기관도 아닌 보험개발원이 가입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요율 산출기관으로서 설립때부터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보험 정보를 받아 이용하고 있다"며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 정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보험개발원은 상품 심사의 핵심 기능인 보험요율 확인 업무를 자신들이나 특정 보험사에 소속돼 있지 않은 독립 계리사에게 부여하고 대신 금감원은 상품 약관과 사업방법서만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만들었다.
현재 금감원은 보험요율을 포함해 보험 상품 전체에 대한 심사.감독권을 갖고있다.
보험사마다 상품 검증 업무를 하는 선임계리사가 있는 상황에서 보험개발원 등외부기관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절차를 없애고 회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상품 자율화 취지에 맞다고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