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식 사라 vs 채권 사라 vs 둘다 팔아라

월가 큰손 주식·채권 이례적 동반 강세에 전망 엇갈려<br>버핏·골드만삭스 채권시장 경고속<br>그로스·블랙록 "단기채 여전히 유망"

왼쪽부터 그로스, 릭 라이더, 조슈아 해리스, 윌버 로스

미국 월가의 큰손들 사이에서 전통적 투자수단인 주식과 채권의 미래에 대한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졌다. 증시는 경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이룰 때 오르는 반면 채권은 경기가 불투명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클 때 유효한 투자수단이다.


하지만 현재 뉴욕금융시장에서는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서 미 국채 역시 10년물 금리가 1.75%에 불과할 정도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양대 투자수단이 강세를 보이는 이례적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월가 큰손들은 대부분 채권시장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주식시장을 낙관하는 반면 채권의 미래는 매우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버핏은 6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주식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지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가가 많이 올랐음에도 정상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반면 채권에 대해서는 투자할 필요가 없는 자산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의 채권 가격은 인위적인 것으로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채권은 끔찍한 투자자산"이라고 말했다.


월가를 대표하는 골드만삭스 역시 채권에 대한 경고를 내보내고 있다. 프란시스코 가자랠리 골드만삭스 금리투자 전략가는 최근 미국경제 성장세 둔화는 "약간의 잡음"이라며 성장세가 앞으로 3년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금리가 너무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갑자기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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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도 채권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자산운용협회의 회의에 참석해 "최근의 환경이 지난 1994년과 유사하게 돌아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994년 3월 3%에서 이듬해 2월 6%로 3%포인트나 급등한 바 있다. 하락세를 지속했던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연준이 저금리 정책을 급격히 전환하면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반면 채권투자의 귀재인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0년물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지만 나머지 국채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낸 투자보고서에서 "연준이 조장하는 거품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월 국채투자자들에게 10년 이상 국채는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조언했던 견해를 바꾼 것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록도 채권약세 전망을 거두고 채권투자에 나서고 있다. 블랙록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해 말 1.78%에서 3월 2%까지 높아지자 장기국채의 가격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릭 라일리 블랙록 CIO는 자신들의 투자가 단기적인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연준의 양적완화로 주식과 채권 모두 버블이 발생한다는 경계론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열렸던 밀켄인스티튜트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조슈아 해리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서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회사인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는 현재의 금융시장 환경을 활용해 투자 대신 자산을 팔아 수익을 현실화하고 있는 상태다. 윌버 로스 윌버로스앤코 대표도 "숨는 것이 때로는 더 낫다"며 지금은 주식과 채권을 살 때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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