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긴급 제언-부동산 이렇게 살려라] <3> 가계부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라

실수요자엔 DTI·LTV 규제 풀고 은행 자율로 전환해야<br>은행에 대출권한 넘겨주면 시장상황 맞게 탄력운용 가능<br>저소득층 금융지원 늘리고 미분양 주택 유동화 힘써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공급·세제·금융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들도 거래가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경제DB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세제감면ㆍ규제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유독 건드리기 껄끄러워했던 것이 총부채상환비율(DTI)ㆍ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내 자리를 걸고 DTI 완화에 반대한다"고 공언할 만큼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에 대해 금기시해왔다.

실제로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은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빗장을 열어야 하지만 과도하게 풀었다가는 가계부채가 더 심각해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금융 당국 스스로 금융 규제가 가계부채로 연결돼 시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험론에 바탕을 둔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트라우마'에 과도하게 함몰됐다가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는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건전성만 지키려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시장 자체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다리기에는 경기부진도 너무 길어지고 있다. 과거 정부처럼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풀리는 정책이 동원돼서는 안되지만 시장원리에 따라 수위가 조절되는 금융 메커니즘을 복원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금융규제를 풀어주고 지역별로 경직된 DTI 등의 규제 체계를 보다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 판단 따라 규제수위 오르락내리락=현재 부동산시장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규제는 DTI와 LTV다. DTI는 지난해 5월 주택거래정상화 대책 발표 이후 서울 50%, 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60%가 유지되고 있으며 지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LTV는 수도권 50%, 지방 60%가 적용되고 있다.

특히 DTI 규제는 현 정부에서도 필요에 따라 규제수위가 조절됐다. 지난 2009년 9월 DTI 규제는 수도권 전체로 확대 시행됐고 10월에는 보험ㆍ상호금융ㆍ저축은행ㆍ여신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DTI 규제를 수도권 비투기지역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규제강도는 낮춰졌다. 2010년 4월 '4ㆍ23대책'에서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의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6억원, 85㎡ 이하)는 DTI를 초과해 대출이 가능해졌고 그해 8월에는 투기지역 아닌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한시적으로 DTI를 자율 적용했다. 지난해 5월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이 지역 DTI 대출한도가 40%에서 50%로 높아지면서 DTI 규제는 현 수준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진행된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에서도 DTI를 완화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8월 금융위원회는 ▦젊은층 장래예상소득 반영 ▦은퇴자 등 자산보유자 순자산 기초로 소득금액 인정 ▦금융소득 종합과세 비대상자의 증빙소득에 금융소득 합산 등 DTI 제도를 일부 보완했을 뿐 규제 비율은 고수했다.


◇'수도꼭지' 규제보다 금융회사 판단에 맡겨야=제도 보완에 따른 효과가 미진하자 정부 주도의 금융규제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TVㆍDTI 등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정부의 일률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이를 은행 자율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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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DTI 완화, 다주택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을 통해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쓸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며 "은행에 DTI 권한을 넘기면 시장상황에 맞춰 지금보다 탄력적인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봐도 은행 등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능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은행이 고객의 자산현황과 고용형태ㆍ상환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출자에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시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정부의 '수도꼭지 틀기'식 규제의 부작용도 줄이고 정부 그늘 아래서 안이하게 영업을 펴고 접는 금융계의 퇴행적 관행도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회사에 자율권을 주더라도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은행이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을 대출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지 못하도록 변동금리ㆍ단기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ㆍ장기대출로 전환하는 구조적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저소득층 금융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등 서민용 주택구입자금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대출한도와 금리조건 완화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거래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고사 직전의 건설업계에 대한 지원책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미분양 주택의 유동화에 적극 나서는 한편 잠재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해 우량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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