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올해 20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용이나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체감경기가 하반기 들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감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위축현상이 심화돼 경기 호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14일 지난 6월 소매판매가 1.1% 떨어져 1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ㆍ4분기에는 소매판매가 줄곧 증가세를 보여 미국경제가 호전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성장률 등 지표상으로는 미국 경기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과 임금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수주도의 미국경제에서 소비는 전체 국내총생산의 67%를 차지한다. 그러나 소비를 주도하는 중산층의 경우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아 씀씀이를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소비가 위축될 경우 미국 경제 성장세도 주춤해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경제는 지난 1ㆍ4분기 소비증가에 힘입어 3.9%나 성장했다.
실제로 금리 상승으로 주택대출 등에 대한 이자부담은 늘어난 반면 임금상승은 미미해 살림살이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유례없는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자 주택담보(모기지) 대출을 얻어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6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하자 금리가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 3월 중순 5.44%에 달했지만 이달에는 6.0%를 넘어섰다.
한편 컨설팅 회사인 머서 휴먼 리조스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경제가 잘 나가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임금 상승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1,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평균 임금 상승률은 3.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에는 임금 상승률이 2.2%였던 반면 인플레는 3.1%로 나타나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들어 일자리가 130만개 증가했지만 저소득 서비스직종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난 데다 소비자들의 구매력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경제 자문관인 진 스펄링은 “지난 30년대 이후 최악의 일자리 회복세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