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보수적으로 바뀐 내년 예산, 문제는 나랏빚

정부가 고심 끝에 내년 예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갈수록 나빠지는 재정 건전성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0%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취해온 공격적 재정정책에 제동을 건 셈이다. 그럼에도 내년 재정적자는 37조원으로 커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건전성 훼손을 최대한 막은 예산"이라고 했지만 균형재정의 꿈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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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걱정은 나랏빚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는 38.5%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문제는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쏟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재정 건전성만 나빠졌다. 그 탓에 2005년 247조9,000억원이던 나랏빚은 내년 645조2,000억원으로 160%나 뛸 기세다. 연평균 증가율은 14.5%, 내년 증가율만도 8.4%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증가속도로 여기에는 520조원의 공공기관 부채나 지방자치단체의 숨은 채무는 빠져 있다. 게다가 올해 2%대 성장률 우려가 커지면서 세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 정부도 재정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국가채무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출 축소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결국 세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용두사미가 된 비과세·감면 폐지 정책을 되살려 세수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그 시발점이다. 최근 재정적자의 주요 원인이 복지지출 확대에 있는 만큼 증세와 복지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강제성 있는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봄 직하다. 현세대가 자초한 문제를 미래세대에까지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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