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뒤로 가는 증시” 분노·한숨만…/96 폐장일 증권가 표정

◎“호가표는 왜 날리나” 폐장식 분위기 침통/“노동법 날치기” 정부·여당 원색적 비난도○…증권거래소가 생긴이래 폐장 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장을 마감한 탓인지 증권관계기관장들이 참석한 폐장식은 어느해보다 침통한 모습이었다. 폐장식에 참가한 증권 감독원, 증권업협회, 증권회사 등 관계기관장들은 시장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리자 박수를 치면서도 대부분 굳은 표정들. 증권사의 대표는 『사진기자 앞에서 박수를 치기는 했으나 주식시장 침체로 박수칠 기분이 전혀 아니다』라며 『오히려 고객들에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부저와 함께 주문호가표를 날리는 시장대리인들도 『무슨 좋은일이라고 호가표를 날리느냐』고 반문하며 침통한 모습들. 증권사의 한 임원은 『각종 부양책으로 회복되던 주식시장이 노동법안 날치기로 무산됐다』며 『정치불안과 사회혼란으로 주식시장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까 두렵다』고 걱정하기도. ○…폐장일까지도 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증권사직원들은 우울한 분위기. 더구나 이날 증권사 직원들은 여당의 노동관계법 강행처리에 대한 항의차원에서 사복근무를 하는 상황이라 분위기는 더욱 써늘했다. 입사한지 6년됐다는 S증권의 대리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직을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감원이다, 노동법개정이다해서 사면초가에 몰린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L씨는 『연말이면 고객들에게 최소한 인사전화라도 해야 하는데 무슨말을 해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고 털어 놓기도. 그러나 한쪽에서는 『언제 시황전망이 맞은 적이 있냐』며 『대부분 내년증시를 안좋게 본다는 것은 거꾸로 좋아질 가망성도 있다』며 서로를 위안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폐장일 주가지수가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는 보기드문 약세장이었던 96년 증시가 끝나자 예년처럼 대부분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주가를 보기도 지겨운듯 일찌감치 휴가떠날 채비를 하는 모습. 휴가원을 제출했다는 한 펀드매니저는 『주가단말기를 아예 꺼버려 종가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휴가계획은 없지만 가능하면 여의도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H투신사는 오는 30일 전 펀드매니저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투자전략 회의를 갖기로 해 눈길. H투신 한 관계자는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어려울 때일수록 평상심을 되찾아야겠기에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투자전략회의 일정을 30일로 잡았다』고 밝혔다. ○…증권업협회는 96년을 종합주가지수 연중최저치로 마감하자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말도 하기 싫다는 표정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폐장일이 올해처럼 썰렁한 분위기를 나타낸 적은 없었다』며 『특히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 증권사마다 장외투쟁을 선언하는 문구가 나붙어 주가침체 속에 여의도 증권가가 더욱 살벌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외주식을 전문 중개하는 코스닥증권의 가동으로 명실상부한 첫 폐장일을 맞은 장외주식시장 역시 특별한 행사를 갖지 않은 채 조용히 마감했다. 코스닥 한 관계자는 『협회 산하 증권사마다 경영부진을 호소하고 있어 코스닥증권만이 유별나게 납회 행사를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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