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둑 영웅전 제4보

바둑 영웅전 제4보소녀 기사를 꺾다 1944년 여름. 기타니8단이 중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서울에 며칠 머물었다. 애기가들이 환영 집회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는 여러 노국수들도 참석했다. 일본인 강자들이 3점 또는 4점으로 기타니에게 지도 대국을 받았고 노국수들도 한 판씩 기념 대국을 가졌다. 그때까지 노국수들은 일본의 프로기사들에게 으레 2점으로 두었으므로 기타니에게도 2점으로 두었다. 그러나 원래 저단 기사들에게도 2점으로 패했던 노국수들인지라 프로 중의 프로인 기타니에게는 맥도 못 쓰고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경북 성주의 노국수 권병욱(權秉郁)이 「내가 한판 두어 보겠다」고 나섰다. 주위 사람들이 「2점으로는 두어 보나 마나니 3점으로 두어 보라」고 권했다. 권병욱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3점을 놓았다. 그것을 보고 기타니가 웃으며 사양했다. 『그냥 2점으로 두시지요.』 주위 사람들이 기타니에게 3점을 접고 두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자 기타니가 양해를 구했다. 『3점으로는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권병욱은 괜찮다고 했고 마침내 3점바둑이 벌어졌다. 결과는 권병욱의 불계패였다. 기타니와 권병욱이 대국하는 바로 옆자리에서 노사초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혼다(本田壽子)초단과 바둑을 두었다. 18세의 혼다초단은 기타니8단을 수행하여 중국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노사초는 자기의 능기대로 도처에 큰 패를 만들어놓고 혼다초단을 당황시킨 끝에 당당히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었다. 연전연패한 노국수들의 체면을 한꺼번에 만회한 것이었다.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7/24 19:4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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