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초아가 오히려 더 소렌스탐 같았다. 소렌스탐이 5번이나 우승했던 '안방'을 빼앗은 장면은 5년간 독점했던 '골프여제' 자리를 내놓으라는 으름장인 듯했다. 로레나 오초아(24ㆍ멕시코)가 미국 LPGA투어 '별들의 전쟁'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아니카 소렌스탐(36ㆍ스웨덴)을 상대로 역전우승을 차지하며 '오초아시대' 개막을 예고했다. 오초아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GC(파72ㆍ6,64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로 7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역전불허'의 소렌스탐에 3타차 열세를 뒤집고 거둔 2타차 승리. 시즌 5승으로 다승 선두로 나선 오초아는 상금왕과 시즌 평균타수 1위(베어트로피), 올해의 선수상 등 각종 타이틀을 사실상 예약했다. 21만8,750달러의 우승상금을 보태 시즌상금이 234만여달러로 늘어나면서 2위 캐리 웹(호주)과의 차이는 45만달러 이상이 됐다. 반면 '소렌스탐표 뒷심'은 예전 같지 않았다.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대회에서 좀체 우승컵을 놓치는 법이 없었지만 LPGA투어 사상 단일대회 최다 우승(6회)과 대회 3연패, 그리고 투어 통산 70번째 우승 숱한 기록을 눈앞에서 날리고 말았다. 자신감과 집중력에서 소렌스탐을 압도한 승부였다. 전날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던 오초아는 이날 잠시 동타를 이뤘다가 2타차로 뒤지던 10번홀(파4)에서 1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이 홀 보기에 그친 소렌스탐을 다시 따라잡았다. 11번홀 버디로 처음 앞서나간 오초아는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소렌스탐은 3타차로 떨어진 뒤 16번홀(파3) 버디로 1타를 줄였으나 승부는 거기까지였다. 오초아는 "끝까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모든 샷에 100%를 쏟아넣었다"고 말했다. 2003년 신인왕 오초아는 골프 불모지 멕시코에서 최고 스포츠 스타로 올라섰선 인물이다. 한국선수는 올해 신인왕 이선화(20ㆍCJ)가 공동8위(합계 4언더파)에 올랐을 뿐 공동11위(이븐파) 박세리(29ㆍCJ) 등은 모두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미셸 위(17ㆍ한국명 위성미)는 20명 가운데 17위(5오버파)에 그쳐 지난해 실격과 최근 남자대회 부진을 씻어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박세리ㆍ김미현ㆍ한희원ㆍ장정ㆍ이미나ㆍ이선화 등은 모두 20일부터 태국에서 개최되는 대회는 건너뛰기로 하고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27~29일ㆍ경주) 출전을 위해 이날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