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호사다마

신경립 기자 <생활산업부>

[기자의 눈] 호사다마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백화점 본점 그랜드 오픈으로 한껏 고무된 신세계가 구설에 올랐다. 우선 할인점부문 이마트는 지난 11일 농협중앙회 축산연구소 안성목장에서 유기농 돼지고기 3마리를 입수, 13일부터 일부 점포에서 판매키로 했다고 밝혔다. 삼겹살은 3만6,000원이라고 가격까지 못박았다. 농협 하나로클럽보다 ㎏당 6,000원 이상 저렴한 값이다. 그런데 농협이 제동을 걸었다. 농협 관계자는 "공급협상이 끝나지도 않은데다, 하나로클럽 판매 후 여유가 있으면 17일께 물량을 대기로 한 것인데 임의로 날짜를 정해서, 그것도 농협보다 훨씬 저렴한 값을 내세워 선전을 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이마트에 따졌다. 구두상으로는 "다 된 얘기"였다지만, 이날 오후 공급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앞서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이마트는 농협의 물량공급 거부로 유기농 돼지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백화점부문에서는 '30년 숙원사업'인 본점 오픈이 도화선이 됐다.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 오픈 이튿날인 11일, 신세계는 '본점 신관 개점 첫날 총 68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내점 고객수는 약 3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개점 매출로는 백화점 업계 최고 기록이자 자사 최고인 강남점보다 20억원이 많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수치에 대한 의구심이 곳곳에서 제기되자, 신세계는 후속 자료를 통해 개점 첫날 매출이 '프리오픈' 이틀치 매출이 포함된 것이며, 내점 고객 32만명도 '3일 동안'의 집계라고 내용을 수정했다. 업계 최고라던 매출 수치도 '자사 최고 기록'으로 바뀌었다. 앞서 신세계측은 경쟁업체의 오너가 본점을 보러 오지 않겠냐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해당 관계자들은 '추측'에 불과한 얘기지만, "어이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일처리 깔끔하기로 유명한 기업치고는 이례적으로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온다. 거침없는 질주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5/08/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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