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그저 고개 숙여 사죄할 따름입니다.” 6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개최된 금감원 긴급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발길을 옮기는 금감원 간부들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앞만 바라보고 연수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워크숍은 4일까지만 해도 전혀 계획에 없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만큼 금감원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부서를 제외한 권혁세 금감원장 등 각 실ㆍ국장급 이상 모든 간부들이 참석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워크숍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금감원 신뢰 위기 상황의 원인과 처방’강연을 시작으로 분임토의, 권 원장의 인사말 등 오후 9시까지 무려 6시간이나 지속됐다. 특히 권 원장은 이날 30분의 시간을 할애해 금감원의 일대 쇄신을 당부했다. 워크숍은 회의 내내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처럼 금감원에 다닌다는 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며 “그 동안 우리가 뭘 해 왔는 지 진지하게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과거 금융감독의 총아로 불리던 금감원이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고개를 제대로 들 지 못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이번에 보직을 변경받은 한 금감원 간부도 “과연 지금 드러난 것이 전부일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이미 알려진 것 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 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해 최근 금감원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다. 예년 같으면 승진을 했다고 하면 해당 간부에게 화환이 쌓이고 축하 인사가 쇄도하지만 요즘은 금감원 안에서 그런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승진한 한 간부는 “죄인이 승진했다고 인사를 받을 수 있겠냐”며 목소리를 낮췄다. 또 모 국장의 경우 최근 모친상을 당했지만 사내에만 알리고 일체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