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차원이 다른 리스크"… 역외환율 한때 40원 폭등 '패닉'

[北 연평도 도발] ■외환시장은<br>엔화·유로화·亞통화 일제 약세… 글로벌 외환시장도 요동<br>시간 지나며 다소 진정됐지만 파급력 가늠못해 더 지켜봐야


아일랜드 구제금융 사태 등으로 살얼음판 같은 안정을 이어가던 외환시장은 연평도에 북한군이 도발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나온 장 마감 직후부터 일대 패닉을 연출했다. 외환딜러들도 이번 도발이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는 차원이 다른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시장에 생각보다 큰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당분간 시장에 쇼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외환시장은 장 마감 때까지만 해도 주가하락 등의 영향만 제한적으로 받아 원ㆍ달러환율이 11원80전 오른 1,137원50전에 장을 끝냈다. 하지만 연평도 교전 소식이 전해진 뒤 달러 선물 동시호가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는 수직 상승했다. 이날 오후 역외시장에서는 NDF 1개월물이 오후3시20분께 1,150원대로 올라간 뒤 3시40분에는 1,170원대까지 뛰어 올랐고 뒤 이어 50분께는 1,180원까지 치솟았다. 교전 소식이 나온 뒤 불과 40여분 만에 서울외환시장의 종가보다 40원 넘게 폭등한 셈이다. 환율은 이후 교전 직후 벌어졌던 극도의 패닉 상황에서 다소 벗어나 밤이 되면서 1,165원 안팎까지 내려와 조금 진정됐지만 불안한 모습은 여전했다. 한 외환딜러는 “NDF시장 참가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역외환율이 순식간에 미친 듯이 올라갔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전까지 북한의 도발은 포 사격이 해상에 떨어지거나 북 함정이 영해를 침범하는 정도의 시위였는데 영해침범 정도가 아니고 육지를 타격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은행의 딜러도 “북 도발로 역외시장이 패닉 상황”이라며 “정확한 상황파악이 돼야겠지만 국지전 가능성까지 언급되면 원ㆍ달러 환율은 고점을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뿐이 아니다. 도발 소식이 터진 후 전세계 글로벌 외환시장도 요동을 쳤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도발 소식 직후 유로화와 엔화 등 메이저 통화는 물론이고 아시아 통화들까지 모조리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들썩였다”고 전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차원이 과거와 다른 만큼 시장의 움직임에 어디까지 이어질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 팀장은 “지금 무슨 근거로 시장상황을 예측할 수 있겠느냐”며 “과거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 환율의 꼭짓점이 어디가 될지 전망이 힘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당국이 일시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지정학적 문제로 발생한 만큼 외환 당국이 나서 시장에 개입해봤자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결국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저녁 긴급 개최한 통화금융대책반회의에서 “상당한 경계감을 갖고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면서도 “파급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언급,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쉽사리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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