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틈새상품 명분 삼지만 또 빚의 수렁 내몰아

●개인회생 신청자 노리는 대부금융<br>고금리 신용대출 잇단 출시… 재기 꿈꾸는 서민에 족쇄로<br>불법 추심 가능성도 커 국가 차원 지원 확대 필요


금융회사 여러 곳에 빚을 지며 돌려 막기 식으로 버텨오던 다중채무자들이 상환 부담을 견디다 못해 눈을 돌리는 곳이 법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 신청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법원의 개인회생신청 건수는 모두 4만2,0842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줄어든 수치다. 반면 파산을 신고해 빚 변제 의무를 면제 받은 사람은 6만138건으로 전년 동기(3만8,928건) 대비 150%가량 증가했다.

개인회생제도와 파산은 과도한 빚 부담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다중채무자들에게 다시 한 번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부여해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 그런데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고리의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대부금융사들이 늘고 있어 문제다. 힘겹게 재기를 모색하는 다중채무자들을 다시 빚의 수렁에 빠져들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회생 신청자들이 '틈새시장(?)'=정식 등록대부업체인 케이지코퍼레이션대부는 2010년부터 법원의 개인회생 신청자들이나 파산면책자들을 대상으로 '캐시모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소액신용대출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캐시모아가 소액대출을 실행한 건수는 2만여건. 제도권 금융기관은 물론 대형 대부업체에서조차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2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연 39% 금리의 대출 상품을 취급한다. 업계에서는 선두기업으로 불린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소형 대부업체의 경우 대출자를 모집하는 게 쉽지 않아 2년 전부터 법원의 개인회생신청자들이나 파산면책자들을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 사업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유사한 업체들 숫자가 4~5개 정도로 늘어날 정도로 관련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려의 시각도 교차하고 있다. 개인회생을 신청했거나 파산면책을 신청한 다중채무자들은 사실상 정식 금융기관이 아닌 대부업계에서조차 퇴출당한 악성 채권자들이다. 그만큼 부실 위험이 높다. 실제 법원에서 별도의 소득이 없어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파산면책자 외에도 개인회생신청자들은 매월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전액을 법원의 빚 상환 프로그램에 따라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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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빚의 수렁…불법 추심 우려도=이들 업체는 법만 놓고 보면 불법 업체가 아니다. 관련법에서는 대출이 가능한 고객군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관련 업체들이 주장하는 연체율도 2% 수준이다. 이는 대형 대부업체들의 연체율인 13~15%보다 현저하게 낮다. 하지만 개인회생신청자들이나 파산면책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 대부분 연대보증인을 요구하고 있어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역으로 악성 채권자들의 부실 문제가 추가 피해자를 대거 양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최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금융사업을 벌이는 만큼 채권추심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순기능도 없지 않다. 대부금융업체의 한 관계자는 "개인회생신청자들이나 파산자들도 질병이나 각종 경조사로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은 물론 대부업체조차 급전을 융통할 수 없다"며 "고리의 불법 사금융 시장에 손을 뻗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자산관리공사나 신용회복위원회는 연 4~5% 금리로 8월부터 개인회생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원이 한정적이라 지원 대상에 한계가 있고 지원 자격 조건(법원에 2년 이상 성실 상환자)도 비교적 까다롭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소외계층이 또 다른 빚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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