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8학년도부터 외국어고 모집단위를 전국에서 광역시도로 제한하기로 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이 불과 한달도 안돼 번복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내정자의 말 바꾸기와 교육부의 졸속적인 정책수립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서면답변에서 “(외고 모집 제한을) 2008학년도부터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18일 청문회 직후 “외고 모집 제한을 3년의 유예를 둔 뒤 2010학년도부터 시행하기로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내정자의 돌연한 입장 번복은 청문회 과정에서 두 딸의 외고 전ㆍ편입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임 김진표 부총리가 외고 지역제한을 발표한 후 자녀의 외고 입학 및 비동일계열 대학 진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점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김 내정자가 입장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임명도 받기 전에 서둘러 외고 지역제한 연기를 발표한 것은 임명 전 외고 문제에 따른 부담을 벗어버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육부의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학부모의 혼란과 피해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수장의 말 한마디에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변경한 교육부의 눈치보기도 도마에 올랐다. 외고 지역제한을 2년간 유예해달라는 외고 교장들과 학부모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던 교육부가 김 내정자의 말 한마디에 공식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는 한달 만에 외고 정책을 변경하며 정책수립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토의과정이 없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 됐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그간 외고 지역제한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던 교육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입장 번복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기 막판 외고 지역제한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김진표 부총리는 외고 모집제한 2년 연기로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말 사의를 표하는 자리에서 “(후임자가 오더라도) 외고 지역제한은 그대로 가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