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1ㆍ15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직후 한라건설ㆍ벽산건설 등 4개사를 대상으로 전격적인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는 아파트 고분양가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돼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건설업체는 물론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이 몹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고분양가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세무조사의 시기와 대상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는 등 분양가 규제를 예고한 상태이다. 특히 파주 신도시에서 고분양가 논란을 야기한 한라건설이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실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11ㆍ15대책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번에 분양가를 낮추는 대책을 마련했다”며 “건설사의 정상수익 이상을 얻는 경우 여러 가지 검토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혀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를 시사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가 고분양가 차단만을 겨냥한 것으로 비쳐진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조사대상에는 고분양가 혐의도 있지만 과대계상 등 탈세혐의가 주된 것”이라며 “이번 특별조사 외에 내년 초 건설사에 대한 정기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이번 세무조사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고분양가 지적을 받았던 업체들은 자칫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어 시범 케이스에 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신규 분양을 앞둔 업체들은 혹시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고분양가로 비판을 받은 대형업체의 한 임원은 “정부가 칼을 휘두르면 약한 게 기업인데 어쩌겠느냐”며 “세무조사를 통해 약점이 낱낱이 드러나면 기업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수도권에서 신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중견업체의 한 간부는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여 회사 분위기가 활기를 되찾았다”며 “하지만 11ㆍ15대책에 이어 세무조사까지 이어지게 돼 분양성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실패를 떠넘겨 민간 건설업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업계의 현실과 시장기능을 무시하고 무조건 기업의 목을 죈다고 해서 집값이 잡히겠냐”고 비판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회오리는 신규 분양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화성 동탄 신도시 주상복합을 비롯해 용인 흥덕지구 등이 연말 분양을 앞두고 있어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의 공방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주택건설 단체의 한 임원은 “국세청 세무조사는 정부 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건설업체에 경각심을 줄 것”이라며 “건설사가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땅값 산정 등에 좀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