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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점포 중 매출 2위… 중산층·외국인 고루 거주
오디션 통해 테스트점포 선정
낱개 진열·동선 최소화 등 신선식품 매장 백화점식 변경
매출 작년보다 15.5% 증가… 전 매장 확대 성공 이끌어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독산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금천점. 평일인 탓에 매장 안은 다소 한산했지만 식품매장에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주부들로 북적였다. 여느 홈플러스 점포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풍경이지만 홈플러스 금천점에는 고객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홈플러스가 신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고 상품 진열도 수시로 바꾸는 테스트베드(시험대) 점포라는 점이다.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도성환(사진)사장이 주관한 오디션을 통해 전국 140개 점포 중에서 선정됐다. 상암점에 이어 수도권 점포 중 두 번째로 매출이 높다는 점과 인근에 중산층과 외국인이 골고루 거주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가 주어졌다. 금천점이 홈플러스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전진기지가 된 것이다.
금천점은 이후 '조용한 변신'에 나섰다. 당장 신선식품 매장을 백화점식으로 바꾸는 파격을 감행했다. 낱개 진열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플라스틱 상자 위에 채소와 과일을 진열했지만 금천점은 고객이 신선도를 확인하고 고를 수 있도록 배치를 바꿨다. 매대로 한눈에 상품을 찾을 수 있게 사선으로 꾸몄다. 고객의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선을 최적화했고 식품매장 중앙에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샐러드앤디시' 코너도 만들었다. 매출 비중이 높은 삼겹살은 1등급 이상만 취급하고 사과·바나나·딸기 등의 인기 과일도 품종과 당도·크기·색상 등이 우수한 상품만 파는 다양한 시도도 했다.
이병준 금천점 파트장은 "고객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해 수시로 진열 방식과 상품 구성을 변경한다"며 "낱개 진열은 기존보다 2~3배 이상 자주 상품을 바꿔야 하지만 반응이 좋아 직원들도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새 단장의 효과는 매출로 바로 이어졌다. 지난해 홈플러스 금천점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5% 증가했다. 금천점에 다양한 상품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목동, 구로, 안양 등에서 방문하는 고객도 늘었다.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한 롯데마트 금천점이 빅마켓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오히려 실적이 껑충 뛴 것이다.
이같은 실험이 성공하자 도 사장은 지난 3월 전 점포의 신선식품 매장을 금천점 방식으로 바꾸자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주요 신선식품 500여종의 가격은 연중 상시 최대 30% 인하하고 신선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신선지킴이' 직원을 매장마다 도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협력업체의 수수료를 깎는 게 아니라 홈플러스가 마진을 포기하는 모험이었지만 도 사장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올 3월12일부터 5월17일까지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대비 23% 증가했고 한우 판매량도 54% 껑충 뛰었다. 4월9일부터 연중 상시할인을 적용한 가공식품도 매출이 50% 급증했다.
금천점의 혁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엔 종이가격표를 없애고 점포 내 2만3,000여개 전자가격표를 상품에 부착했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전자가격표는 액정화면에 자동으로 상품의 가격과 용량당 가격이 표시된다. 일일이 직원들이 상품마다 종이가격표를 부착할 필요가 없고 무선통신망을 통해 가격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홈플러스는 금천점에서 전자가격표를 시범 운영한 뒤 연말께 전 점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웅 홈플러스 신선혁신태스크포스 상무는 "홈플러스는 유통업의 본질로 돌아가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지속적인 가격 인하와 품질 혁신을 통해 생활에 플러스가 되는 쇼핑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