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제 `구멍`

“한 달에 40만원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요. 손을 다쳤는데 보험도 없고 앞길이 막막합니다” 지난 2002년에 해외투자기업(해투) 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한 중국 교포 박모씨. 부산에 있는 한 타이어 공장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최근에 부쩍 걱정이 많아졌다. 며칠 전에 기계에 손가락을 다쳤지만 회사에서는 연수생들을 위해 별도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근히 사느라 모아둔 치료비도 거의 없고 걱정이 태산이다. 기술을 연수하기 위해 실시하는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제도에 구멍이 뚫렸다. 상당수의 산업연수생들이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방치되어 있다. 해투 연수생은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 있는 근로자를 국내에 있는 모기업에서 기술연수를 시키는 제도. 그러나 다른 산업연수생 제도는 정부기관이 인력을 관리하는 반면, 해투 연수생들은 개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있어 `인권유린`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윤팔 서울외국인노동자사무소 소장은 “현지에 공장이 없는데도 서류상으로 해외에 유령지사를 만들어 해투 연수생이라는 명목으로 값싸게 인력을 도입해 일을 시키는 등 비리도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투 연수생들의 상당수가 기업을 이탈,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일 노동부에 따르면 3만431명(2003년 2월말 현재)의 해투 연수생 가운데 1만6,687명인 54%가 불법체류자일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노동부와 법무부는 지난 해 고용허가제의 입법화를 추진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단지 기업의 해투 연수생 비율을 15~20%에서 15%이하로 줄이기만 했을 뿐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체불임금에 대한 보증보험과 산재보험, 상해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 출입국관리법하에서는 이를 강제 할 수 없어 근본적인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영화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사무국장은 “해투 연수생의 실제 취지에 부합하게 현지직원을 단기간 국내기업에 연수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며 “해투 연수생에게 전면적인 산업연수생 보호지침을 적용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밝혔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관련기사



전용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