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레저·문화에 숙박까지 결합… '없는게 없는' 소비 신천지

쇼핑 클러스터가 온다 <1>진화하는 복합쇼핑몰<br>주변 역·호텔과 하나로 뭉쳐 라이프스타일형 공간 재창출<br>낙후된 부도심에 상권 만들어 지역경제 발전 견인차 역할도


1996년 유통시장 개방후 소매점들은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왔다. 지금도 대기업간 신업태 전쟁은 진행 중이다. 다만 목표는 쇼핑과 여가를 중시하는 소비행태에 맞춰 진화·융합하고 있는 복합쇼핑몰로 모아지고 있다. 시장포화와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과 전략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지난 1999년 8월 12일. 서울 강남 코엑스 전시장은 그 이듬해에 새로 문을 연 코엑스몰의 200여개 지하점포를 임대 받기 위해 설명회를 찾아 몰려든 예비창업자 5,00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는 외환위기 충격으로 나라전체가 중병을 앓고 있었던 때다. 하지만 평당 2,000만원이 넘는 보증금과 월 80만~90만원을 웃도는 임대료에도 아랑곳 않고 가게 하나 받아 보려는 인파는 끝이 안보였다. 국내 복합쇼핑몰의 원조격인 코엑스몰이 새로운 상권과 쇼핑문화를 열 것이란 기대감이 당시 상가시장에서도 통했던 것이다.


그리고 코엑스몰이 개장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쇼핑하고 먹는 것에 치중한 초기형태 쇼핑몰과 쇼핑과 레저·휴식을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몰(mall)에 이어 이제는 매장과 교통·여가·숙박 등 기능성이 결합된 이른바 3G(세대)형 쇼핑몰이 급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복합쇼핑몰은 가족 구성원들이 오래 머물며 즐기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형 쇼핑몰이다. 주변에 역과 호텔, 오피스 등 다목적 다기능의 시설이 하나로 뭉쳐 '쇼핑 클러스터(cluster 산업집적지)'를 이룬다. 특히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입지조건상 부도심 낙후지역에 세워져 새 상권을 만들고 지역 경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오는 20일 문을 여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역사점은 약 6만㎡(1만8,000평)부지에 백화점·대형할인점 등 쇼핑공간과 시네마·문화홀 등 여가공간, 그리고 중앙선·지하철 1호선 등 역무시설까지 결합된 멀티쇼핑 공간이다. 특히 이곳 뒤편은 과거 집창촌이었던 소위 588 지역이다. 청량리 민자역사를 포함한 이 곳 일대는 서울시의 균형발전촉진지구(5구역)로 묶여 오는 2015년이후 최고 200m 55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오피스 빌딩 7개동으로 이뤄진 복합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현재 철거가 진행중인 집창촌 주변도 부지면적만 약 6만㎡에 달해 청량리역사점과 합치면 12만㎡(3만6,000평)규모의 다중 생활공간이 탄생되는 셈이다. 롯데그룹과 롯데건설이 시행·시공을 맡고 롯데호텔도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서울 소공동과 오는 2014년까지 조성될 부산 롯데타운에 맞먹는 또 하나의 롯데타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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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 영등포 옛 방직공장 자리에 새로 문을 연 타임스퀘어도 같은 경우다. 신세계 영등포백화점등이 들어간 초대형 쇼핑 위락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일대 상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균형 발전 청사진을 보면 상암·청량리·영등포·영동 등 4곳을 부도심 중심지로 격자모양의 발전 축으로 이뤄지는데, 청량리역사점과 타임스퀘어가 각각 동북생활권역과 서남생활권역의 핵심거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는 오는 2012년 상반기에 복합쇼핑몰 의정부역사점을 새로 열 계획이다. 매장면적만 4만9,000㎡(1만5,000평)에 달하는 백화점, 이마트, 멀티플렉스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국내 최대 전시 컨벤션센터인 고양시 일산 킨텍스 일대에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이 들어가는 메머드급 복합쇼핑몰 레이킨스몰이 이달말 문을 연다. 주변 전시장과 아쿠아리움, 한류우드 등 비즈니스와 여가활동을 충족시키는 원스톱 복합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쇼핑 클러스터가 IT클러스터의 표본인 미 실리콘밸리처럼 여러 기능들이 한 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다양한 매장과 여가시설이 결합된 복합쇼핑몰이 단독 백화점보다 쇼핑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이미 일본 시장에서 입증된 것"이라며 "지역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쇼핑시설의 집적화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공간의 결합으로 쇼핑객의 편의는 물론 상권도 극대화된다. 올 11월초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는 지난 88년 트레이드 타워,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등이 완공된 이후 2000년 국내에서 열린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를 위해 아셈타워·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및 지하 코엑스 쇼핑몰이 추가로 들어선 경우다.

전시장과 각종 비즈니스 공간에 쇼핑몰까지 결합되면서 이곳 호텔 3곳의 외국인 숙박 인원만 하루 3,000여명에 달하는 '한국방문 1번지'로 탈바꿈했다. 10년 동안 코엑스몰 국내외 방문객은 줄잡아 5억명. 연간 5,000만명 방문은 아시아 대표 메가쇼핑몰인 홍콩 하버시티의 연 방문객 8,000만명에 근접하는 수치다.

지난해 3월 오픈해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은 국내 쇼핑객과 일본등 외국인관광객을 겨냥해 온천시설(스파)과 아이스링크 등 위락시설 등을 결합시켰다. 오픈 1년째인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누적 방문객은 1,600만명. 외국인 비중은 오픈 초기 6%에서 현재 10%를 넘고 있다.

이동구 롯데백화점 청량리역사점장은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몰고어(mall goer)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기능이 집적된 쇼핑몰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유통업체들도 앞으로 쇼핑객들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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