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돈 되는 상품이라면 남의 텃밭 공략도 예사

소비시장엔 업종도 업태도 없다<br> 대형마트 온라인 진출에 오픈마켓 직접 생산까지<br> 식품업체선 비타민 판매… 이종업계간 곳곳서 혈투


서울 성북동에 사는 워킹맘 김영원(38ㆍ가명)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큰딸(5)의 생일파티를 집에서 치르기로 하고 홈파티 전용 조리식품을 구입했다. 예전 같았으면 마트나 외식업체에서 사야 했지만 김씨는 발품을 팔지 않고 대형 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받았다. 오프라인 유통업태인 대형 마트가 온라인 영역을 침범한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온라인쇼핑몰이 제조업에까지 손을 대며 유통업태 간 경쟁을 뛰어 넘은 유통ㆍ제조업체 간 경쟁도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11번가는 최근 제품 기획부터 생산ㆍ유통에 이르는 전과정을 시스템화한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슈드(SHUD)'를 론칭하고 패션 상품 25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중개상 역할을 하던 업체들이 판매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것”이라며 “온라인몰과 생산자들이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쟁자가 돼버린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소비산업의 포화와 그에 따른 밥그릇 싸움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할인점 수는 지난 4월 현재 441곳. 할인점 한 곳에서 감당하는 고객 수가 평균 1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고 할인점이 들어설 수 없는 논밭과 산의 면적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인구 4,820만명 모두는 이미 이웃에 할인점 서너 개씩은 끼고 사는 꼴이다. 편의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편의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숫자는 3월 말 기준 1만7,674곳. 하지만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편의점이 1,000여곳임을 감안하면 모두 1만9,000여개에 육박한다. 열었다가 망해도 큰 부담이 없는 온라인 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추정에 따르면 5월 현재 국내 온라인몰은 6만개, 대형 오픈마켓은 네이버를 포함하면 5개나 된다. 시장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로서는 몸만 조금 움직여도 이종업계와 충돌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쇼핑몰끼리, 할인점끼리 벌이는 동종업태 간 경쟁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되고 말았다. 대형 할인점과 온라인쇼핑몰, 오픈마켓과 재래식 슈퍼마켓 등 다른 업태들 간의 이종(異種) 격투가 국내 소비산업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17면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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