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알뜰주유소 이용혜택을 극대화해줄 전용카드의 제휴와 발급실적은 저조하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업계 1ㆍ2위인 신한과 KB국민카드는 물론 주요 카드사들에 알뜰주유소 할인카드와 관련한 제휴 요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알뜰주유소 활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 지역의 알뜰주유소는 당분간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알뜰주유소를 통한 유가 잡기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주유소 전용 할인카드 활성화 무대책=27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 현재 전국 휘발유값 평균은 2,000원85전으로 2,000원을 돌파,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당분간 유류세 인하 대신 알뜰주유소 확대로 대응할 계획이지만 알뜰주유소 이용시 할인이 가능한 카드를 취급하는 곳은 우리은행 등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
이는 석유공사 등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 등 주요 카드사의 경우 "석유공사 측으로부터 제휴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석유공사도 "제휴카드의 경우 협약을 맺고 내놓게 되는데 현재 협약 중인 곳이 없다"고 확인했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카드 점유율이 낮아 알뜰주유소 전용 할인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당수 국민이 이용회사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 23%, KB국민카드 14%, 삼성과 현대카드가 각각 11~12% 수준이다. 롯데카드와 우리은행의 우리카드는 각각 8%대로 우리은행의 경우 업계 중하위권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현재 알뜰주유소 전용 할인카드의 발급실적이 258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이 오는 3월 중 알뜰주유소 전용 할인카드를 내놓기로 했지만 주요 카드사 이용고객이 제한을 받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알뜰주유소 할인카드는 리터당 150~200포인트(1포인트=1원)까지 파격적으로 적립해주기 때문에 알뜰주유소 이용확대의 열쇠다. 그런데도 정부는 할인카드 제휴 및 발급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름값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알뜰주유소 전용 할인카드를 내놓는 데 관심은 갖고 있지만 제휴 요청 등이 없어 상황을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서울서는 보기 어렵다=27일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347개. 이 중 320개는 농협 주유소를 전환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정작 알뜰주유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알뜰주유소는 지난 10일 금천구 시흥동에 문을 연 형제주유소 한 곳이다. 형제주유소의 경우 현재 리터당 1,987원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 구내에서는 5번째로 싼 가격이지만 순환도로(1,969원), 박미(1,969원), 남서울주유소(1,975원) 등 더 낮은 곳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당분간 서울에 추가로 알뜰주유소가 생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지역에서 알뜰주유소 전환신청이 들어온 곳은 없고 당분간 서울에 추가로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1,0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에서는 정작 알뜰주유소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알뜰주유소 전환 대상인 자가주유소들은 적은 마진 등을 우려해 알뜰주유소 전환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알뜰주유소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고유가에 따른 서민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보조적인 방법이지 핵심 수단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