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 각국 '엔저 딜레마'

중국의 인민일보는 최근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아시아 경제를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일본이 엔저 용인을 지속할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연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와 지난 97~98년 외환위기 당시 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중국의 경고는 점점 현실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엔화가 달러 당 130엔 후반까지 밀리면서 타이완 달러, 싱가포르 달러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가격)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최근에는 세계 동시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로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일본의 평가절하 속도가 더욱 빨라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타이완 달러는 올 들어 5.78%, 싱가포르 달러는 6.29% 하락했지만 엔화는 무려 14.50%나 떨어졌다. 특히 아시아 각국은 일본처럼 평가절하를 지속할 상황도 아니다. 통화가치 하락은 외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도 커지게 하기 때문이다. 만일 아시아 각국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집단적인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및 이로 인한 외환위기를 맞을 공산도 크다. 타이완의 경우 지난 5~7월 수출 진작책의 일환으로 달러화에 대해 5% 정도의 평가절하를 용인했다가 외국인 투자자의 철수가 러시를 이루자 외환운용 기조를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아시아 각국은 현재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로 거둘 수 있는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한데도 이를 무시, 국제 외환시장만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아시아 각국이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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