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성공적 삶, 성공한 대통령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에게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재능을 타고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각고의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성공 신화를 이룬 인물들이 적지 않다.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소중한 것부터 먼저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사라도 중요성과 시급성을 따져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일에 매달리게 된다.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은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을 실천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목적 갖고 도전하는 자세' 중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거나 중장기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들의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특히 남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도전하는 자세를 중요시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그런 삶을 살았다. 지난 90년 3당 합당에 반기들 들고 스스로 외롭고 고독한 길을 선택했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홀로 깃발을 들었다.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이고 원칙과 정도(正道)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정치인 노무현에게서 국민들은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인간적으로 볼 때 분명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의 삶은 인생 역정만큼이나 위기의 연속이었다. 국정 운영 3년에 대한 최근의 여론조사는 긍정적인 평가가 30%대에 머무는 낙제 수준이었다. 지금까지는 실패한 대통령인 셈이다. 그런 대통령이 새해 벽두에 양극화 해소라는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취임 3주년을 맞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선포해 여야간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선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몰라준다며 볼멘소리고 야당에서는 오는 5월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진 자’대 ‘못 가진 자’의 구도로 몰아가려는 선거 전략이라며 맹공격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가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시급성과 정치성이 논쟁의 핵심이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 민생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나 북핵 위기와 경제 위기, 그리고 탄핵으로 이어진 정치적 위기에 휘말려 본질적인 문제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한폭탄이라며 시급성을 강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언론에서는 양극화 해소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더욱 시급한 과제이며 소득불균형의 지표인 지니계수도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며 대통령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막대한 재원과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국정 과제를 임기 말의 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에 비춰볼 때 그냥 물러설 것 같지도 않다. 예의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던질 경우 또 한 차례의 파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가발전 개혁 과감히 추진을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레임덕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인기는 없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 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듯이 레임덕 대통령이 오히려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청와대의 단골 건배사가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임기 후반에, 아니면 퇴임 후에라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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