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사대상 70% 보완 필요/미 WJE사 검사과정·결과

◎11개 교량서 교좌장치 결함/설계부문 검사항목서 제외/책임소재 법정시비 예상도경부고속철도 천안∼대전 시험선 구간과 서울∼천안간 1개 공구에 대한 미국 WJE사의 안전진단 결과는 우리 고속철도의 전반적 부실시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WJE사는 지금까지 국내 건설업계가 관행이라는 빌미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분까지도 일일이 끄집어내 부실시공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진단내용 및 결과를 요약하고 건교부 등의 향후조치 계획과 부실시공의 책임소재 등을 짚어본다. ◇안전진단 대상=지난 92년 6월 경부고속철도가 착공된 이후 96년 4월26일까지 시공된 시험선과 서울∼천안간 1개공구 등 모두 61㎞를 대상으로 구조안전 여부와 장기적 측면에서의 내구성 등 2가지 측면에서 실시됐다. 설계부실 여부는 이번 용역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오로지 시공업체가 설계에 따라 제대로 시공했느냐에 초점을 두었다. ◇진단내용 및 방법=WJE사는 세계적인 안전진단 전문기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콘크리트 내부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비파괴검사 등 첨단 진단기법을 통해 핀셋으로 집어내듯 점검했다. 조사항목도 포괄적이다. 교량 부문에서 콘크리트 균열 및 피복두께, 콘크리트 압축강도, 터널 부문에서 터널 둘레의 콘크리트 라이닝 강도 등 모두 46개 항목을 점검했다. ◇진단 결과=대부분의 구조물은 콘크리트 강도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교량의 교각과 상판 사이를 받치는 교좌장치에 구조적 결함이 있어 재시공이 불가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단구간의 교량은 모두 37개이며 교량 형식별로는 라멘교가 6개, PC박스교가 31개로 돼 있다. 교각과 상판 사이를 레일 형식의 교좌장치로 받쳐주는 라멘교의 경우 교좌장치 주위에 금이 갔거나 교각 위에서 두개의 상판이 이어지는 신축이음부의 시공불량 등이 드러났다. 6개 교량중 3개 교량의 35곳에서 이런 결함이 발견됐다. 레일 형식의 교좌장치는 시공상의 어려움 때문에 패드 형식의 교좌장치로 바꿔야 한다는게 WJE사의 권고다. PC박스교는 31개 교량 가운데 8개가 상판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2개의 상판 4곳은 솟음 부분의 부적정, 힘을 받는 지지대 주위의 균열, 콘크리트 내부의 구멍 형성, 철근 노출 등으로 역시 재시공이 불가피하다는 판정이 났다. ◇향후 조치계획=공단은 WJE사의 진단 결과와 보수방법 등을 시공업체에 통보, 이를 기초로 자체 보수계획을 세워 감리단의 검토와 공단의 승인을 거쳐 시공사가 보수토록 한 뒤 결과를 재점검할 계획이다. ◇재시공 및 보수비용과 책임소재=공단과 시공업체는 모두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실제 재시공 및 보수비용이 걸려 있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건설교통부와 공단은 이번 진단내용에 설계의 타당성 여부는 제외됐고 설계가 잘됐건 잘못됐건 설계대로 시공을 했느냐에 초점이 모아졌기 때문에 이번에 지적된 부분은 당연히 시공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공업체들은 설계감리가 도입된 95년 이전에는 감리도 받지 않은 설계를 기초로 시공을 했다는 점을 들어 설계 부실에 대한 책임도 크다고 주장한다. ◎점검결과 의미/“자신감” “부실시공” 평가 갈려/노하우축적·기술발전 증명 불구/문제산적 선진국수준은 까마득 미국 WJE사의 경부고속철도 안전진단 결과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케 한다. 우리 건설업계의 시공 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과 시공업체들로 하여금 향후 공사에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천안 구간의 일부 공구와 천안­대전간 시험선 구간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시공업체들의 능력이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음이 거듭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에 재시공해야 할 부분이 약간의 기술적 도움만 받으면 우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인데다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 과정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 향후 공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은 성과라 할 수 있다. 한편 안전진단 결과가 나왔고 프랑스의 시스트라사에게 맡겨진 설계검증도 시험선 구간에 대해서는 이미 끝난 상태여서 전면적인 사업 재조정이 마무리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고속철도 건설공사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했던 상리터널 등 폐광지역 문제, 경주노선 선정작업 등도 끝나 앞으로는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것이 공단과 업계의 전망이다. 아무튼 이번 진단 결과 구조적 결함이든 경미한 사항이든 전체 검사대상의 70%정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재시공, 보수방법, 비용부담 문제 등 논란거리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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