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출판사에서 `식민지 조선의 연구`라는 번역서를 냈다. 저자는 스기모토 미키오라는 일본인, 번역자는 변영호라는 한국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일제의 식민통치를 옹호하고 미화한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역사가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다. 독립투쟁을 하다가 순국한 애국 열사들이 이 책을 보면 지하에서도 벌떡 일어나 노성을 터뜨릴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인들의 역사왜곡과 망언과 궤변의 망발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저자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한국인들을 핍박하고 학대하고 착취하는 등 악행과 만행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에 숱하게 자행됐던 일본 군경의 야만적 가혹행위, 즉 고문은 일본이 가져온 것이 아니라 조선왕조시대부터 내려왔던 것으로서 일제는 오히려 이런 고문과 태형 등을 없앴다고 주장한다.
또 태평양전쟁 때 수많은 젊은이를 총알받이로 끌어간 조선인 지원병도 강제모집이 아니라 모두가 자원하여 수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쁘게 출정했다고 한다. 일본의 탄광으로 징용당한 광부들, 정신대로 끌려가 왜군들의 성적 노리개가 된 꽃다운 조선 처녀들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자원했다는 말인가. 참으로 황당무계한 미친 소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창씨개명도 일본의 잘못이 아니고, 일부의 말썽은 조선인 말단관리들의 과잉충성으로 일어났다고 강변하니, 너무나 어이없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제 정신이 박힌 인간이라면 이런 미친 헛소리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후렴이라도 붙이듯 지난주엔 망언의 단골손님인 이시하라 신타로 동경도지사가 “한일합방은 조선인들이 선택한 것”이라느니, “전 세계 국가의 동의를 얻어 행한 것”이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또다시 내뱉었다. 이런 망언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의 정신병적 역사왜곡의 못된 버릇은 죽어야만 나을 것이다. 지난해에 김완섭이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란 책을 냈고, 올 여름엔 복거일이 `죽은 자를 위한 변호`란 책을 펴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일제 식민통치를 미화하고 친일파를 변호하는 이런 썩어빠진 역사관과 민족의식을 지닌 자들의 책을 펴내는 이유가 뭔가. 역설적 반어법으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자는 것인가, 아니면 논쟁을 유발하여 책장사를 해보자는 것인가.
<황원갑(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