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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르의 유럽축구 돋보기 <9>이탈리안 센세이션의 중심 프란델리 감독


이번 유로 2012(유럽축구선수권)의 화제 중 첫 번째를 꼽으라면 단연 ‘달라진 이탈리아’다. 지난 2010년 7월 국가대표 사령탑에 앉으면서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체사레 프란델리(55) 감독은 당시의 약속을 취임 후 첫 메이저 대회에서 어김없이 지키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이탈리아 리그의 피오렌티나를 지휘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직후 대표팀 감독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유로 2012에서 ‘맞불 작전’으로 스페인을 가장 괴롭힌 팀이 바로 프란델리 체제의 이탈리아다. 조별 리그 경기에서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종전의 이탈리아와 프란델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이탈리아가 카테나치오(빗장 수비)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상대의 목을 조르는 수비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비ㆍ후공격의 기본 전술도 그대로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확실히 재미있어졌다. 스페인전과 잉글랜드와의 8강 경기에서 대중들에게 ‘박진감 넘친다’‘그렇게 수비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한 건 프란델리 감독이 들고 나온 새로운 포메이션과 이를 잘 이해한 선수들의 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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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델리 감독은 과거 대표팀을 이끌었던 프란체스코 토티, 델 피에로 같은 치명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재로 고민하다 그 자리에 티아구 모타 같은 침투가 좋고 압박도 잘하는 자원을 배치했다. 이것이 바로 스페인처럼 수비 라인에서부터 공격 전개를 시작하는 팀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또 모타 같은 선수를 과감히 그 자리에 배치할 수 있는 것은 뒤에 안드레아 피를로가 버티고 있어서다. 피를로는 전방의 안토니오 카사노나 마리오 발로텔리, 또는 오버래핑하는 윙백들에게 쉴새 없이 양질의 패스를 뿌려준다. 여기에 윙백들이 측면 돌파로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것은 다니엘레 데 로시 덕분이다. 그는 리베로(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수비수)로 뛰면서 가공할 롱 패스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윙백들이 마음 놓고 공격에 참여하는 것은 그의 출중한 커버 플레이 덕이기도 하다.

90분 내내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상호 보완하면서 경기를 주도해 나가는 이탈리아의 이상적인 스타일은 역시 프란델리 감독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선수를 포메이션에 무작정 우겨 넣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능력과 잠재력을 우선 고려해 맞춤형 포메이션을 짠다. 프란델리 감독의 이탈리아는 결승행 여부에 관계없이 유로 2012를 빛낸 주역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페페 세레르(대교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총감독ㆍ바르셀로나 유스팀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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