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9월 23일] 뿔난 엄마와 '하키맘'

[데스크 칼럼/9월 23일] 뿔난 엄마와 '하키맘' 양정록 뉴미디어부장 jryang@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98'); 최근 당당한 여자로서의 삶을 그린 모 방송 주말연속극이 장안의 화제다. 시작부터 상한가를 치며 특히 오는 일요일 종영을 앞두고 40%를 넘보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가출을 통한 안식 휴가’라는 극 중 내용을 놓고 온 동네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KBS 2TV ‘엄마가 뿔났다’는 제목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결혼 40년차로 한 집안의 며느리, 한 남자의 아내, 삼 남매의 엄마다. 그런 그녀가 상식을 넘어 희생 운운하며 집을 나가는 사건을 두고 당시 드라마를 시청한 각 가정도 시끄러웠다. 물론 홈페이지 시청 소감란에 네티즌 간 입씨름도 만만찮았다. 사정이 이쯤되자 이 드라마의 작가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봉사한 한자(극 중 주인공 이름)가 가족 속에 함몰돼버린 자신의 존재감을 좀 찾아보겠다는 게 왜 비난거리가 돼야 할까요”라며 공개질의했다. 당연한 질문이고 지당하신 말씀이다. 40년간 시부모를 모시고 삼 남매를 키우는 것도 모자라 시동생과 시누이까지 떠맡아야 했던 그녀의 인생에 여유만 된다면 1년 휴가가 아닌 장기휴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대목에 공감하는 주부들은 ‘뿔난 엄마’가 집을 나가 안식 휴가을 보내는 것에 찬성한다. 반면 기본적으로 이세상 모든 며느리와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의 삶이 힘들지만 ‘뿔난 엄마’의 태도를 보면 복에 겨워 삶을 투정하는 것처럼 비쳐 자칫 평범한 우리 엄마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필자가 추석 전에 잘 아는 고위공무원과 저녁을 먹으면서 때가 때인 만큼 어머니에 대한 색다른 효도 얘기를 들었다. 그 공무원은 동생과 효도경쟁에서 졌다고 실토했다. 매일 아침 시골에 계시는 노모께 본인은 오전7시30분에 안부전화를 드리는데 동생은 30분 빠른 7시에 드린다고 했다. 또 그 동생은 2주일에 한번 시골로 내려가 노모와 화투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일부러 ‘고’를 불러 어머니한테 ‘고박’ 등을 당하는 식의 화투를 했던 것이다. 노모가 다리 신경통이 심한데 화투만 하면 거기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그 시간만큼은 통증을 호소하지 않아 일부러 고박ㆍ피박ㆍ광박 등을 당하는 등 ‘화투 효도’를 지금까지 쭉 해왔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효도 화투’가 끝나고 떠날 때는 어머니가 자식들이 병원비ㆍ간식비 등으로 드린 돈을 지금까지 한푼도 안 쓰고 꼬박 모아 도로 주시거나 아니면 손자들 과자 값하라고 아들 주머니에 넣어주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참석자 모두 눈시울을 함께 적셨다. 그때 함께 식사했던 모 대사도 자기 나라도 우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나라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겠지만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효도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국경과 인종을 떠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뿔난 엄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여기서 미국의 엄마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6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재선의 일등공신인 백인 여성층은 자녀들을 축구 교실에 데려다 주는 등 자녀교육에 적극적인 중산층이라고 해서 ‘사커맘(Soccer mom)’이라고 불렸다.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유행을 일으킨 ‘하키맘(Hockey mom)’은 알래스카처럼 추운 날씨의 미국 북부지역에서는 하키가 축구보다 더 인기가 많다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사커맘과 비슷하다. 이제 이들은 기름값ㆍ보험료를 걱정하고 실직의 우려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나이 50세를 넘긴, 고교 정도밖에 교육을 받지 못한 중년 백인 여성층으로 대형 할인매장을 이용한다고 해서 ‘월마트 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시사주간 타임스는 이들을 ‘맥스드 아웃(Maxed–Out)맘’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전했다. 카드 신용 한도가 꽉 차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는 여성층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현찰이 없어 각종 공과금마저 카드로 결제해야 할 정도로 경기침체의 어려움을 맞고 있다. 당연히 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가정을 잘 지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로서의 삶이 있다는 면을 부각시켰다는 평도 있지만 적어도 ‘뿔난 엄마’는 원룸을 얻어나갈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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