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청(聽)'에 매몰된 서울 시정


지난 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취임식. 연임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섯 명의 '시민시장'과 함께 취임사를 낭독했다. "이제 서울은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

지난 2011년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청 주변에서 유독 많이 보게 되는 글자가 '청(聽)'이다. 서울 시정에 시민 의견을 듣고(聽)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정책 취지다. 이 때문에 서울시청에 열린 공간을 마련하면서 '시민청(市民聽)'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취임식에서 '시민이 시장'이라고 선언한 것 역시 그의 이 같은 시정 원칙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행보를 보면 너무 듣는 것에만 매몰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박 시장 취임식 날 서울시가 내놓은 보도자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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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의 내용은 지난달 롯데그룹 측이 제출한 잠실 제2롯데월드 상가동 임시사용승인과 관련해 '시민자문단'을 꾸려 이들의 의견을 토대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의 우려가 크고 지금껏 전례가 없는 123층 높이의 초고층 공사가 이뤄지다 보니 기존의 법적 규정 이외에 또 다른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게 시의 배경설명이다.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만전을 기하겠다는 태도는 수긍이 간다.

문제는 모든 행정 절차에 무조건 시민을 참여시킬 순 없다는 것이다. 이미 시는 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를 동원해 수차례에 걸친 안전점검을 실시해왔다. 안전점검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밀·정기는 물론 수시로 실시되고 있다.

더더욱 초고층 빌딩의 안전진단은 첨단 장비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이미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안전진단과 별도로 시민자문단까지 꾸려 운영할 경우 자칫 혼선만 가중될 우려도 제기된다.

민의를 듣고 이를 받들겠다는 박 시장의 뜻은 높이 살 일이다. 그렇다고 시민이 시장이라는 말 곧이곧대로 그들에게 집무실을 마련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나치게 듣는 것에만 치중하면 자칫 목소리 큰 사람들에 이끌려 가는 여론 일변도의 시정으로 흐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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