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5일] 디드로


‘루소와 볼테르, 몽테스키외ㆍ케네ㆍ튀고르…’ 내로라 하는 사상가와 학자들의 지식이 한데 모인 책이 있다. ‘백과전서’가 그것. 정치와 사회는 물론 기술과 공학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프랑스혁명의 정신적 자양분이다. 백과전서의 주역은 디드로(Denis Diderot). 1713년 10월5일 부유한 철물업자 집안에서 태어나 중등학교를 마친 뒤 가업 승계를 마다하고 작가가 되겠다며 파리로 내달았다. 파리 생활은 고달팠다. 결혼도 ‘둘이 굶는 게 혼자 굶는 것보다 돈이 더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치렀을 정도다. 백과전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종교적 맹신을 비판한 책을 쓴 죄로 감옥에 있던 1748년. 두 권짜리 영국사전 번역을 의뢰받은 디드로는 단순번역을 거부하고 편집 전권과 무제한의 시간을 조건으로 편찬을 맡았다. 백과전서는 편집단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각계각층의 전문가 200여명이 항목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검열과 출판금지, 출판업자의 삭제 등 난관을 뚫고 본문 17권, 도해 11권 등 28권의 백과전서가 완간된 것은 1772년. 제1권 출판 21년 만이다. 세트당 980리브르, 5인 가구의 3년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가격에도 당시에는 기록적 판매고인 4,250부가 팔려나갔다. 디드로도 1,200리브르의 특별격려금을 받고 러시아 황제의 개인사서로 초빙돼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났다. 디드로는 1784년 71세로 사망했지만 그가 집대성한 백과전서는 18세기 말까지 염가판을 포함해 2만5,000여부가 인쇄돼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가며 대혁명의 불을 댕겼다. 백과전서는 최근 새롭게 조명 받는 분위기다. 도해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기술편은 프랑스가 영국에 앞서 산업화에 들어섰다는 논거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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