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명한 기업 만들자] '유리알' 경영·회계 기업가치 높인다

기업내용 "그대로" 적극 알려야 주주 신뢰가능'투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투명성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총 시즌이 되면 시민단체와 주주들을 의식,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총회만 끝나면 다시 흐지부지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몇몇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적부풀리기 등 분식회계로 주가 올리기에만 열을 올린다. 그러나 투명성에 일단 금이 가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외국인투자가들은 투명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요즘 국내 기관은 물론 개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투명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비단 주가뿐만 아니다. 외자유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경영과 회계가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이제 국내외 시장에서 '왕따' 당할 수밖에 없다. ◇ 한국의 투명성과 국가경쟁력 주요 외국기관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각종 국가평가지수는 지난 95년에 비해 오히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국제투명성위원회(TI)가 발표한 국가부패 수준은 91개국 가운데 42위로 95년 27위에서 무려 15단계나 떨어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표한 국가경쟁력도 49개국과 75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각각 28위와 23위로 이 역시 95년과 96년에 비해 2~3단계 낮아졌다. 또 포브스지가 조사한 창업하기 좋은 나라에서도 한국은 25개 대상국 중 1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이에 앞서 지난해 맥킨지(McKinsey)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순위에서도 한국은 아시아 6개국 가운데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국가적인 투명성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평가기관들의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 투명한 기업이 주가도 높다 이 같은 투명성 수준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도 정도(正道)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나름대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IMF 경제위기 과정에서 곪아터진 대우그룹 문제도 결국은 분식회계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어발식 확장 등의 결과였다. 98년 이후 국내 기업경영에도 전반적인 쇄신바람이 불어 이러한 문제점은 하나 둘 제거되고 있다. 소액주주보호운동에서부터 분식회계를 막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 등이 맞물려 '투명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외국인의 요구수준에 맞는 각종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투자가와 소액주주의 반란을 경험했다. 주총에서 SK텔레콤은 외국인투자가들의 사외이사 선임요구를 받아들였다. 삼성전자는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으로 소액주주와 손잡은 시민단체와 혈전을 치렀다. 국내기업의 투명경영을 위한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외국인투자가의 지분율이 60% 안팎으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후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 경영상황과 실적을 적극 알려라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관계없이 기업내용을 적극 알려야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국기업의 경우 분기보고서와 연간보고서는 물론 분기 중간에 실적전망치를 발표하는 어닝 어나운스먼트(earning announcement)를 정례화하고 있다. 스스로 경영실적을 공개해 주주들로부터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들도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사의 90%가 실적보고 마감일 하루이틀 전에 발표하는 등 아직도 투명한 공개에 소극적이다. 물론 기업의 투명성이 하루 아침에 확보될 수는 없다.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있어야 제도개선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기업들이 이러한 제도개혁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면 투명성 개선은 멀어지게 된다. 주주우선경영의 관행이 정착되고 투자자를 먼저 생각하는 경영이야말로 투명경영의 출발점이다. 국내기업들은 지난 몇년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으려면 투명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향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최근에는 국내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경영내용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기업설명회 등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러한 노력이 회계투명성과 주주우선경영으로 연결되면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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