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지애 특집] 팀 신지애④ 캐디 '딘 허든'

필드 위 조력자…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신지애의 백을 짊어지고 있는 딘 허든(호주)은 경력 15년 차의 베테랑급 캐디다. 그 전까지는 호주, 캐나다, 아시아 등지에서 6년 동안 투어프로로 활약했다. 1991년에 프로 생활을 접고 티칭프로를 거쳐 캐디로 일하다가 신지애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녀와는 재작년 호주 여자오픈에서 처음 만났다. 한희원의 캐디인 숀 클루즈의 소개로 신지애를 알게 됐고 그녀로부터 전담 캐디로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올 초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HSBC 대회가 끝난 후 정식으로 풀타임 캐디 계약을 체결했다. 그에게서 신지애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신지애는 독특하다. 대회가 있는 날은 라운드 2시간30분 전에 경기장에서 신지애를 만난다. 30분 정도 밥을 먹고 치핑과 퍼팅, 그리고 샷을 연습한다. 그녀는 여유있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은 한 시간쯤 전에 캐디를 만나는데 비해 그녀는 넉넉하게 시간을 둔다. 신지애는 골프장에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긴장감을 없앤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첫 홀에서 티샷하기 전에 그녀가 좀더 자신을 위해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선수가 보기를 할 때가 캐디로서 힘든 순간이다. 그러나 신지애는 독특하다. 다른 선수들은 보기를 범하면 화를 내거나 클럽을 땅에 내려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그린 밖으로 벗어나서 왜 그랬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선 다음 홀 티잉그라운드로 가 그 홀을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가만을 생각한다. 나쁜 일을 다 털어버리고 다음 홀로 가는 것이다. 그녀의 장점은 드라이버샷이다. 언제나 티샷을 똑바로, 그리고 가운데로 친다. 그러고 나면 항상 8번 아이언 아래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훨씬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볼을 때리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나는 여지껏 사흘이나 나흘 동안 그렇게 티샷을 똑바로 날리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 이 점이 그녀로서는 가장 큰 장점이다. 가끔씩 퍼팅이 잘 되지 않는 때가 있다. 그게 단점의 전부다. 샷은 언제나 좋지만 퍼팅은 가끔씩 별로일 때가 있다. 하지만 얼마 전에 퍼팅을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지난번 브리티시오픈 때는 정말 퍼팅을 잘 했다. 그녀는 매우 공격적인 선수다. 언제나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똑똑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 매우 볼을 잘 때리는 선수이기도 하다. 성격은 환상적이다. 쿨한 면이 많다. 경기 중에는 자신이 받는 압박을 즐기기까지 한다. 그 런 상황 자체를 즐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홀에서 그린으로 걸어가면서 그녀가 "갤러리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걸 듣고 매우 놀랐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대개 그런 상황에서 겁을 집어먹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신지애와 두세 차례 경기를 경험한 후에 그녀의 클럽 거리를 알게 됐다. 그 다음부터는 바람에만 신경 쓰면 클럽을 선택하는 일이 훨씬 쉽다. 그녀와는 대부분 야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볼이 잘 맞지 않을 때는 타이밍이 빠르지 않은지 체크한다. 그녀에게는 전현지 코치가 있기 때문에 나는 스윙보다는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많은 선수가 경기 중 볼이 잘 맞지 않는다면 타이밍 탓이기 때문이다. 캐디로서 대부분의 조언은 클럽 선택에 관한 것이다. 티샷 때 가끔씩 드라이버를 쓰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녀는 자신 있는 만큼 대부분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페어웨이 중앙에 워터 해저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녀의 해외투어 전망은 매우 밝다. 아까도 말했듯이 그녀는 드라이버샷이 매우 뛰어나다. 이는 어떤 코스에서도 통한다. 어떤 선수는 코스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데, 신지애는 언제나 볼을 잘 치기 때문에 어떤 코스나 상황에서도 좀체 기복이 심하지 않은 걸 볼 수 있다. US오픈과 같은 경우 그녀가 우승할 찬스가 더 많다고 본다.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길기 때문에 신지애와 같이 드라이버샷을 매우 잘하는 선수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브리티시오픈이었지만… 그녀는 일요일 경기에서 매우 집중해서 플레이를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캐디를 한 첫 주에 우리는 캐리 웹과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다. 내가 호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 코스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 주 내내 신지애는 매우 잘 쳤고,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지긴 했지만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 압박감이 있는 상황에서 서로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실망스러웠던 순간은 거의 없다. 굳이 말하자면 나비스코챔피언십이 아닐까. 그 대회에서 티샷이 좋지 못했다. 그 바람에 러프샷이 많았는데, 나는 그녀가 그렇게 많이 러프에서 샷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딘 허든에게 한국에서의 캐디생활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투어는 전문캐디 제도가 없어 코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대회장은 코스를 돌고 있는 내장객들로 인해 사전에 야디지를 점검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코스를 점검하고 오히려 그에게 야디지를 적어주는 신지애가 그는 고맙기만 하다. "정말 좋은 보스예요. 그녀도 내가 대회 전에 일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앞으로 대회 주간에는 선수나 캐디들이 좀더 자유롭게 코스를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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