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9월 4일] 미술품 과세, 양면성을 봐야

정부는 지난 1일 세제개편안에서 개인이 소장한 4,000만원 이상의 그림과 100년 넘은 골동품은 거래에 의한 차익의 20%의 양도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술품은 재화적 상품이기에 앞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자 유산이다. 하지만 거래 차익이 발생하는 경우 미술품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벗어날 수 없다. 과세는 당연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세제 시행을 위한 시장 육성 전략과 실현 가능한 세수 확보 방법론이 우선 확립되지 않는 한 이번 개편안은 ‘숲은 못 본 채 나무만 흔드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무엇보다 먼저 ‘미술품 거래 실명제’가 확립돼야 한다. 미술품은 과세당국이 거래내역을 제대로 포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실명제가 선행되지 못할 경우 자칫 무자료 거래를 통한 음성시장만 키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기획재정부 측이 공개경매시장을 통한 세원 평가를 자신했지만 이는 작가와 콜렉터의 직거래, 화랑의 비공개 거래에 대한 맹점을 안고 있다. 또 단기적 위축을 고려한 미술시장 부양책,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순수 후원자의 역할 존중, 업계 지원 등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 10년 이상 침체기인 고미술시장과 최근 2년간 ‘반짝 소생한’ 근현대미술이 규모만 커졌을 뿐 유통시스템의 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영국ㆍ프랑스를 사례로 과세형평성을 실현하려 한다면 그에 걸맞는 문화 인프라 및 후원제도도 동반성장해야 한다. 한편 과세의 양면성과 긍정적 효과를 길게 내다봐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미술품 투자자라면 “오는 2010년 과세 시행 전에 그림을 팔아야겠다”며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신정아 스캔들과 비자금 연루 등이 미술계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이는 결국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 촉발의 계기가 됐다. 세법의 적용은 곧 ‘그림이 돈이 된다’는 미술시장의 투자성을 방증한 것인 만큼 초보 투자자는 ‘양성시장’에 믿고 뛰어들 수 있다. 또 4,000만원대 미만 중저가 작가군이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동시에 미술계는 비자금 은닉처, 불법증여를 위한 탈세 수단이라는 오명을 떨치고 건강한 미술소장 문화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