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사진) 전 서울시장이 18일 중견 배우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해 “요즘 젊은 배우들이 뜨는데 영화 ‘마파도2’는 한물 살짝 간 중견 배우들을 모아 만들어 돈을 적게 들이고 (돈을)많이 벌었다”며 “젊은 배우에게 비싸게 들이지 않고, 시간이 남아서 누가 안 불러주나 하는 단역으로 나올 사람들에게 배역을 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다.
‘저비용 고효율’이란 벤처기업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농담 삼아 한 얘기지만 중견 배우들을 시간이 남아 도는 단역용 배우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발언 수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전 시장의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도 “아이가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불가피한 경우는 낙태가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해 장애인 단체가 “차라리 장애인에게 죽으라고 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7일에는 “인도를 가보니 대학 출신 종업원들은 프라이드가 있어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면서 노조를 안 만든다”며 사무직과 ‘블루칼라’를 차별하는 듯한 말을 했다. 이 전 시장의 ‘말실수’는 유독 성공 경쟁에서 뒤쳐진 이들을 겨냥하는 듯한 뉘앙스다. 그는 지난 2월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고도 비판했다.
이와 관련, 당내 경쟁자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가난을 극복, 성공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 사회적 약자에 대해 ‘나는 노력하니 다 되던데 당신들은 왜 못하냐’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은 지도자로서 철학이 없다. 발언에 대해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정치권의 다른 인사는 “‘’ 방식의 부산물일 수 있다”.
반면 이 전 시장측은 단순한 농담에 대한 지나친 공세는 안 된다는 반응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말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농담을 한 것을 진지하게 공격하면 앞으로 이 전 시장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특히 ‘마파도2’ 발언은 순수한 농담이다. 영화 시사회에도 참석했고 배우들과도 친분이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