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날짜를 표기한다면 「일-월-연도」가 맞을까, 아니면 「월-일-연도」가 맞을까.예를 들어 1999년 6월3일을 표기하다면 「3 JUNE 1999」로 써야할까, 아니면 「JUNE 3, 1999」로 써야할까.
미국인들은 대개 후자, 즉 「JUNE 3, 1999」로 쓴다. 독립전쟁 이후 200여년동안 써온 만큼 이제는 거의 표준화가 됐다.
하지만 이런 미국식 날짜표기 방식을 버리고 「3 JUNE 1999」, 즉「일-월-연도」로 쓰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미국에 때아닌 날짜표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 버드와이저, 메릴린치사 등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최근 컴퓨터의 날짜표기 방식과 제품 생산일자, 보고서 작성일자 등을 이같은 방식으로 변경, 표기하고 있다.
이들이 「월-일-연도」로 쓰는 미국식 날짜표기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일-월-연도」로 표기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미국을 제외한 영국 등 대부분의 서방 선진국들이 날짜표기를 「일-월-연도」로 쓰고 있기 때문.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사용하는 날짜표기 방식에 맞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다.
미국식 날짜표기 방식의 포기는 컴퓨터 등 첨단 하이테크 업체에서부터 시작됐다. 컴퓨터에 날짜 표기를 「03-06-99」로 쓸 경우 미국인들은 99년 6월3일로 읽지만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99년 3월 6일로 읽기 때문이다. MS는 이런 판단에 따라 날짜표기 방식을 바꿨고, 다른 컴퓨터업체에도 날짜표기 방식 통일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표기방식을 바꾸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제품 생산일자, 보고서 날짜 등이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건너면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혼란이 아직까진 큰 문제를 야기시키진 않았지만 미국에서 유럽국가에 원자재 주문을 내면서 납기 일자를 「03-06-99」로 쓴다면 6월이 아닌 3월에 배달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날짜표기 방식을 바꾸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이같은 표기방식 변경에 대해 『작은 것부터 순서대로 쓰는 것이 논리상으로도 합당하다』며 지지하는 측도 있지만 반발도 거세다. 굳이 미국식을 버려야 하느냐는 비판에서부터 「월」을 먼저 쓰도록 가르친 교육체제의 개편이 요구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자는 주장도 강하다.
미국도 독립전쟁 이전에는 「일-월-연도」의 순으로 날짜를 표기했다. 하지만 독립선언문에 「JULY 4, 1776」으로 표기하면서 「월-일-연도」방식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후 이 방식이 표준화됐다. 왜 이렇게 쓰게 됐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영국에 대한 반발 때문일 것이란 게 역사학자들의 추측이다.
그러나 「일-월-연도」식의 표기방식이 또 다시 바뀔 지도 모른다. 국제표준기구(ISO)가 세계 각국에 날짜표기 방식을 「99-06-03」, 즉 「연도-월-일」식으로 통일하도록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