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여야가 특위 활동 연장에 합의한 것은 6·4지방선거의 룰을 정하기 위해 특위까지 꾸려놓고 성과를 못 내 국민적 비난을 받게 생겼기 때문 아닌가. 특히 여권 입장에선 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공약을 내팽개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야당도 대화를 거부한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연장에 합의했다는 해석이 많다. 편안한 설을 위해 서로가 최소한의 합의를 한 셈이다.
정치권은 한고비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임해선 안 된다. 공약에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여 공천비리와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을 줄이라는 국민적 여망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위헌 논란에 책임정치 훼손, 지방토호 득세 등의 문제가 불거졌으나 공약의 무게를 능가하는지에 대한 공개토론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새누리당이 정당공천 유지에 집착하는 것은 6·4지방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정당공천이 없으면 수도권 등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유리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기호 1번 자리를 꿰차고 정당공천 포기 약속을 지킨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선거도 불공정하다. 여야는 기득권과 선거 승리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민과의 약속, 정치 신의를 중시해야 한다. 신의를 잃으면 표도 잃기 마련이다.